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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Sep 19. 2016

맑고 작은 초록별

어둠이 내리자 추석 연휴도 이렇게 끝나는 것 다. 그러다 갑자기 앰뷸런스 소리가 점점 크게 울린다. 발코니로 보니 맞은편에 멈다.  

   

예닐곱 명의 구조대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급히 움직이고,

수차례 울음소리가 들린 후 밤은 점점 더 조용하고 깊어졌다.    


무슨 일일까?    


+

추석 연 고향을 방문해 외할머니를 찾아뵈었다.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곳은 외할머니 댁이 아닌 요양병원. 며칠 전부터 통 식사를 하지 못하셨단다.     


올해 93세이신 외할머니를 나는 ‘쪽머리와 은비녀’로 기억한다.

항상 웃으면서 안아주시고, 밥은 먹었냐며 오로지 건강만 물으시던.

할머니가 병상에 누워계신다.     


비녀도 없고 쪽머리도 없다. 혼자 계실 때도 매일 씻으시고 팔이 다쳐 누워계실 때도 다른 손을 뻗어 먼지를 치우셨다는데,


얇게 내린 하얀 머리칼은 노란 고무줄 두 개로 엉거주춤 작은 뿔이 되었다.

그리고 오른쪽 눈이 닫혔다. 억지스레 힘을 줘도 뜰 수 없을 만큼.    


혁입니더.    


하는 소리에 힘겹게 쪽 눈을 들었다가 살짝 멈추고는 다시 내리신다.     


그래. 바쁠 텐데 어서 가라.     


하시며, 맑고 작은 미소를 주신다.     


손 한 번 더 만지고, 볼을 비보지만 어머니의 재촉에 오래지 않아 자리를 떴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할머니의 두 눈과 오른쪽 다리가 가슴에 박혀있다.


점점 야위어지는 인연의 끈인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엄마가 혼내도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시던

외. 할. 머. 니.




+

거실에 앉은 둘째 녀석이

할아버지가 고쳐주셨어, 하며

할머니가 주신 별이 가득한 부채를 만지작거린다.


어쩜 우리는 별에서 태어나고

다시 하나의 별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맑고 작은 초록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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