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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Sep 12. 2016

돌아서 가자!

세 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둘째 쭉쭉이의 신경질이 예사롭지 않다. 그저 미운 세 살이라고 지나기에는 다른 가족의 피로가 이만저만 아니다.

엄마 바라기인 녀석이 엄마와도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반가움이 넘치던 저녁 식사 시간에도 꼭 한 번은 울음이 터지니까 말이다.     




모처럼 큰마음먹고 둔한 아빠가 막내 쭉쭉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안 돼!”, “그건 이렇게 해야지!”, “에이” 와 같이 녀석을 나무라거나 섣불리 혼자 하려는 일을 부모의 방식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려 할 때 모서리로 뒷걸음질 치며 눈망울에서 터치는 서러움을 흘린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모의 곁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는 일이므로... 생각해본다. 어찌할지.    


첫째,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양치하기를 엄청 싫어하는 쭉쭉이. 충치 마녀가 이를 상하게 한다고 하고서야 이를 닦기도 했지만, 너무도 빨리 적응력으로 며칠 지나니 “충치 마녀 없어.” 하며 원천 봉쇄한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쭉쭉아~ 오늘은 충치 마녀 왔어?”

“아니. 안 왔어!”

“그래. 우리가 놀고 있을 때 올지도 모르니까 치약을 미리 발라둘까?”

“응?? 그래!”    


물론 입에 살짝 넣고서는 칫솔을 빼낸다.     


“쭉쭉아~ 여기 위에, 여기 아래에 아직 안 묻었어. 어디를 공격할지 모르니 꼼꼼히 발라두자.”

“하하하.”    



둘째, 시간에 쫓기는 일을 해야 할 때.     


등원이나 외출을 준비하며 시간에 쫓길 때 쭉쭉이는 자기만의 세상에서 나오기를 거부한다. 생쥐와 물개 인형을 갖고서 함께 외출해야 한다고 떼를 쓰기도 하고, 아빠가 가져온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후 모든 일정을 보이콧하기도 한다. 이럴 땐 묻는다.     


“오늘은 누구랑 외출할 거야? 생쥐? 아니면 물개?”

“(두 개의 옷을 보여주며) 이 중에서 어떤 옷을 입을 거야?” 하고,

그리고 “어린이집에 가야지?”, “00에 가야지. 빨리 가자.” 하는 말 대신,

“쭉쭉아~ 나비랑 꿀벌 보고 싶지 않아? 오늘도 꽃을 보러 나왔겠지! 우리도 나가서 같이 놀까?” 하며 일단 집을 나선다.


두리번두리번 나비와 꿀벌을 찾으며 목적지로 향한다.     



셋째,위험한 일을 하려고 할 때.     


이땐 정말이지 얼굴과 목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의 반응이 즉각적이어서 쉽지 않지만, 머리와 입의 간격을 최대한 벌려 아이를 대한다.      


삐거덕 거리는 의자에 올라 뛸 듯 내리는 녀석에게는 살짝 옆에 서서 기다린다. 그리고 안전하게 하는 방법, 불량한 의자 대신 단단한 바위에서 아빠 손을 잡고 착지하는 놀이를 권한다. 물에 젖어 미끄러운 곳을 지날 때는 아빠가 넘어졌던 이야기를 하거나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허리를 숙이고 살금살금 지나간다. “위험해. 그러면 다쳐. 큰 병원에 가야 하잖아.” 하는 대신 아빠가 과장된 행동을 하고는 환자가 되어 병원놀이를 한다.

        


지시나 훈계 대신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이야기한다.    


아빠의 노력을 눈치챘는지 어제 저녁 툭하고 아빠 허벅지 자기 머리를 놓으면서 “난 아빠 다리가 좋아!” 한다.        


때론 단호함이 빠르고 확실한 인식을 이끌 수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순간을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아빠는 방법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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