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두려움 속에서 발견한 성장의 시간

2003년 7월 25일

by 퇴근 후 작가

입대까지 남은 시간은 어정쩡하고 불편했다.

새벽 5시 무렵, 머리가 아파 깨어난 어느 날 아침.
‘이러다 그냥 며칠을 멍하니 보내겠구나.’

나는 가방 하나 챙겨 기차에 올랐다. 낚시가 목적이었지만, 사실 이유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평으로 향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갔던 그곳.

아버지는 낚시를 하며 인생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군대는 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 될꺼야"


그땐 그냥 흘려들었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낚시터에 앉아 물결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두려워하고 있었을까?’


어릴 적부터 스스로 당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대를 앞둔 나는 무기력했고, 뭔가에 주눅 들어 있었다.

그때 아버지의 군대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정말 어렵고 힘든 환경의 고생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젊은 시절 아버지의 당시 마음가짐. 지금의 아버지를 만든 그 시절의 시간이, 어쩌면 나에게도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낚싯대 끝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 말을 하나씩 풀어냈다.


비록 세상은 늘 바쁘게 돌아가고,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지 몰라도
지금만큼은 내가 나를 기다려줘도 괜찮다는 걸 느꼈다.
조금 느려도, 주춤거려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마음.
그게 두려움과 마주 서 있는 지금의 나에겐 가장 필요한 위로였다.

두려움을 안고 가는 길도 결국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
군 입대는 멈춤이 아니라, 한 번 숨 고르고 나아가는 여정이라는 것.
그날, 나는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오늘 내가 잡은 물고기 마릿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소중한 걸 찾아낸 듯한 이 느낌. 인생의 보물창고를 만난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잠시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불안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나... 잘 할 수 있겠지?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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