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잘 다녀올께요

내 이름으로 충성한 D+1

by 퇴근 후 작가

입대 당일 아침, 집 안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
누구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고, 말수도 줄었다.
나는 말없이 밥을 먹고, 어색한 미소로 짐을 챙기며 거울 앞에서 군 입대 전 마지막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가족 넷이 함께 차에 올랐다.

우리 집 첫 차인 기아자동차 세피아Ⅱ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지만, 이 차는 언제나 우리 가족의 순간들을 함께해왔다.
가족 여행도, 주말 장보기도, 형의 입대 날도, 모두 이 차와 함께였다.
오늘도 세피아는 묵묵히, 마치 나를 위해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듯 조용히 시동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가 운전대를 잡고, 어머니는 조수석에 앉으셨다.
형은 군대에서 휴가를 내고, 나와 함께 뒷자리에 탔다.
창밖의 풍경은 평소처럼 흘러갔지만, 차 안의 공기는 어딘가 모르게 무거운 느낌이었다.


“논산까지 얼마나 걸리지?”
형이 조용히 물었다.
“2시간 조금 안 걸릴 거야.”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 뒤로는 긴 침묵.
음악도, 라디오도 없이 고속도로를 달렸다.

나는 그 시간이 고마웠다. 아무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창밖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형이 내 어깨를 툭 쳤다.
“야, 나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요즘은 에어컨 나오는 부대도 있대.”
억지로 웃기려는 농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대 앞에 도착했을 땐, 이미 수많은 입대자 가족들이 도열해 있었다.
차에서 내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나는 입소대 방향으로 먼저 걸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말없이 서 계셨고, 형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짧게,
“잘 다녀올게요.”
그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있었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긴장과 어색함, 작은 두려움이 밀려와 정신이 없었다.


입소와 동시에 인적사항 카드 작성을 시작으로 병력 조사서, 심리검사, 종교 조사서, 비상연락망 등 하루 종일 온갖 서류를 작성하느라 바쁘게 시간이 흘렀다.
전투복, 전투화, 활동복 등 보급품도 하나씩 지급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훈련병들에게는 작은 소포 상자 하나가 주어졌다. 그 안에는 사회에서 입고 왔던 옷과 소지품을 넣고 내일까지 집으로 보내면서 군인 신분으로 세탁하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훈련소에서의 첫날은, 어색한 긴장 속에 정신없이 흘러갔다.
낯선 옷, 낯선 군화, 낯선 질서.
그렇게 나는 논산 훈련소 입소대에 발을 디딘 첫날, ‘민간인’에서 ‘훈련병’이 되었다.


✒️ 기억의 조각
입대란,
짧은 인사 한마디에 담긴 수많은 감정이 어깨에 내려앉는 순간이다.
익숙한 이름을 내려놓고 낯선 호명에 답하며,
그렇게 나는 나를 단련시키는 시간 속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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