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형의 편지, 나의 버팀목

내 이름으로 충성한 D+11

by 퇴근 후 작가

훈련소 생활이 어느덧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입소대에서의 편안함이 그립다가도, 지금 이곳 생활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보고 싶은 사람들 생각에 힘들고 답답했는데, 어느새 내 안에 단단함이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형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형은 나보다 먼저 군 생활을 겪은 선배이자, 같은 길을 걷는 형이다.
편지를 펼쳐 읽는데, 형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가슴이 따뜻해졌다.


준서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벌써 네가 입대한 지도 일주일이 넘었구나..
입소대대에서 그리고 지금 있는 훈련소에서 벌써 두 번의 주말을 보내고. 이제 거기가 더 좋지?
처음 일주일 동안은 그저 내가 있는 곳이 싫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고 싶기만 하고.. 부럽기만 하고.. 게다가 힘든 훈련도 없이 짜증나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지..
왜 이리 작성하라고 하는 건 많은지 쓴 거 또 쓰고..
다 쓰고 나면 이것저것 조사하는 건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이제 군장류를 비롯한 보급품은 다 받았겠네..
왼쪽 가슴에는 몇 중대-몇 번이라는 명찰을 달았을 거구..
국민학교 다닐 때 체육복에 바느질해서 명찰을 달아본 이후 처음 해 보던 거였는데..
실밥이 안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한단다. 참고로 난 그때 칭찬 받았지롱~
물론 너는 나보다 훨씬 잘 할 테지만 말야.. 하하
참!! 너 침대에서 자냐?
내가 우리 소대 애들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소리가 있던데.. 샤워장도 따로 있고.. 잠도 개인침대가 있고.. 암튼 이것저것 좋다더라고..
나때는 그런거 없었는데 그나마 위안으로 삼도록 해라.. 알겠지?
엄마한테 옷하고 신발 보낸 날 조그만 쪽지에 이렇구 저렇구 썼다고 하던데 짬밥을 4끼나 먹었다고?? 자랑이다.. 이놈아
편지 쓸 수 있을 때마다 가족들을 비롯한 친지들&친구들에게 편지 종종 하고~
힘들어도 꾹 참고.. 잘 지내.. 건강하고..
또 편지하도록 할게.. 자주자주


2003년 8월 17일

형.


편지를 읽으며 웃음이 났다.
형도 훈련소 초반에는 나처럼 힘들고 짜증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를 걱정하면서도, 이런저런 소소한 군대 생활 이야기를 들려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래, 이겨내야지.’
내가 이곳에서 잘 버티면, 분명 더 나은 내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 기억의 조각

먼저 지나간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가장 현실적인 위로가 된다.
형의 편지는 조언이자 농담이고, 격려이자 약속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누군가 내 뒤를 든든히 지켜보고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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