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형이라는 이름의 지원 사격

내 이름으로 충성한 D+17

by 퇴근 후 작가

형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그 안에 담긴 다정함과 형의 소소한 일상과 걱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훈련소에서 벌어진 웃음 섞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형도 나처럼 이런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준서에게,
벌써 입대한 지 2주일이나 지났구나.
네가 부모님께 보낸 편지에 썼던 ‘짬밥을 4끼나 먹었어요’라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오늘 아침 어머니와 또 통화했다.
논산훈련소 홈페이지에 ‘보고 싶은 얼굴’이라는 배너가 뜬다고 하길래 궁금해서 눌러봤는데, 훈련 중인 사람들 사진이 올라와 있다고 하더라.
그 1초 만에 찍힌, 표정 관리 못 했다는 바로 그 사진 말이야.
엄마가 그걸 찾으시고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자랑이 대단하셨다. 하하.

사진이 작아서 네 얼굴만 확대하려고 엄청 애쓰셨는데 결국 실패하셨단다.
그래서 아버지가 대신 해보겠다고 나섰는데, 결과는 아직 미지수야.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혼자 계속 웃었다.


내가 군생활하는 춘천은 오늘 비가 180mm나 왔어.
논산은 그 정도로 많이 오지 않았겠지?
우리 훈련소는 재해통제 2단계 발령까지 내려져서 간부님들이 영내 대기하느라 바쁘다.
덕분에 나도 행동이 많이 제한돼서 이렇게 행정반에서 편지나 쓰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사격 훈련을 시작하겠지?
사격과 동시에 P.R.I도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너무 힘들지 않길 바란다.

P.R.I 훈련이 무엇인지 알지? 원래는 소총예비 훈련이라고 하는데, 훈련병 사이에서는 피(P) 나고 알(R) 배기고 이(E) 갈리는… 훈련이라고 하지. 하하. 그만큼 힘든 훈련이야.

사실 비밀인데, 내가 신교대에서 사격할 때 한 번 1차 불합격한 적이 있어.
그래서 밑에 있는 교장으로 내려가 P.R.I로 정신무장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지.
내 앞 조는 5분 만에 끝냈는데, 우리는 쉬는 시간 없이 1시간 30분 동안 계속 P.R.I를 했어. 정말 힘들었지.
그래도 그 덕분에 정신무장이 됐는지, 그 뒤부터는 바로 합격했고, 지금은 사격을 정말 잘 한다.
그때 왜 그렇게 못 맞혔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난다.

너는 사격 해봤니? 아직이라면 바둑알 놀이하듯 열심히 연습해 봐.


참, 네 핸드폰 번호 내가 써도 될까?
마땅한 번호가 없고, 없애기도 아쉬워서 그 번호를 쓰려고 한다.
번호는 016-xxxx-xxxx이야.
만약 싫으면 네가 전역할 때까지 잠시 빌리는 걸로 하겠다. 하하.


9월 20일, 네가 5주차 훈련을 마칠 때면 나는 말년휴가를 간다.
그날까지 몸 건강히 잘 지내도록 해.


2003년 8월 23일
말년휴가를 앞둔 형이.


편지를 읽으며 형의 다정한 마음과 진심이 느껴졌다.

군대라는 낯선 곳에서 각자 다른 자리에서 힘들지만 서로를 생각하며 견뎌내고 있음을 알았다.
짧은 웃음과 다독임,

그리고 든든한 응원이 담긴 이 편지가 내게도 큰 힘이 되었다.



✒️ 기억의 조각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형의 웃음 섞인 문장 하나에

무겁던 하루가 살짝 웃었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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