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탄착군은 빗나갔지만, 마음은 성장했다

내 이름으로 충성한 D+19

by 퇴근 후 작가

오늘은 영외 교육을 나가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준비해야 했고, 더욱이 비까지 내리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군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이렇게 날씨가 궂고 마음이 내내 무겁게 느껴질 때인 것 같다.
아침부터 짓누르는 듯한 비와 바쁜 일정이 겹쳐서 왠지 모든 것이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날의 훈련에 맞춰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약 30분 정도 걸어가서 사격술 예비훈련인 3조준 연습을 배우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 몸은 축축하고, 정신도 흐릿해지기 쉬웠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더 집중하려고 애썼다.
처음에는 바둑알을 올려놓고 하는 연습이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바둑알이 잘 놓여지고, 사격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내 마음속에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 정도면 사격도 잘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자신감은 날카로운 무기처럼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격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조금 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제 3조준 훈련으로 넘어갔다.
3조준 훈련이란, 사격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조준 요소를 몸에 익히는 훈련이다.
정확한 견착(소총을 어깨에 밀착시키는 동작), 가늠쇠와 가늠자를 일직선으로 맞추는 조준선 정렬, 그리고 표적 중심에 조준점을 정확히 맞추는 표적 조준 이 세 가지를 반복해 숙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훈련은 실탄을 사용하지 않고 진행되며, 사격자세와 조준의 정확성을 끊임없이 반복 연습하는 과정이다.


다행히 3조준 훈련은 무사히 마쳤고, 이어서 3조준 자세 그대로 실탄을 장전하여 실제 사격 훈련에 돌입했다.
이때부터는 탄착군이 얼마나 잘 형성되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었다.

총 세 번의 기회 중, 처음 두 번은 아쉽게도 실패로 끝났다.
두 발은 가까이 모였지만, 한 발이 멀찍이 벗어나 탄착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긴장과 아쉬움이 겹쳐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마지막 세 번째 시도에서는 집중력을 끌어올려 가까스로 세 발 모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제야 얼차려는 피할 수 있었고,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집중했더라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마음 한켠에 남았다. 통과의 기준은 넘었지만 내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내 방식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아쉬움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 이번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지만,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마음을 다잡은 뒤, 훈련을 마치고 내무실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저녁 식사를 맛있게 했다.
식사는 항상 중요한 시간이었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조금이라도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전투식량은 평소보다 부족할 때도 있지만, 훈련 중에는 그저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먹게 된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내무 교육이 있었다.

내무 교육 시간에는 군인들의 언행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군인으로서 어떤 언행이 바람직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교육을 받으면서, 나는 군대에서의 언행이 나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강의가 거의 끝날 무렵, 소대장님의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입 안에 있는 말은 내 자신이 지배할 수 있지만,
내뱉은 말은 그 말이 내 자신을 지배하게 된다.”

소대장님의 말씀은 내가 그동안 어떻게 말을 해왔는지,
내가 내뱉는 말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군대에서는 자주 말하고, 타인과 소통할 일이 많기 때문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다.
내가 말하는 대로 내 삶이 흘러가기도 하며,
내가 말한 것들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내 말이 때로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혹은 내 자신에게 해가 되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소대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왜 그렇게 깊이 남았을까?
그 이유는, 그 말이 단순히 ‘조심해서 말하라’는 의미를 넘어서,
내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던져주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말하는 것들은 내가 하는 행동,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내뱉은 말이 내 자신을 지배한다’는 말처럼,
내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나의 미래를 어떻게든 형성해 나갈 수 있다는 깨달음은 큰 교훈이었다.


그날의 훈련과 교육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처음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임했던 사격 연습에서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 아쉬움 속에서 오히려 더 값진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 경험이 내게 부족함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군대에서의 하루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하나하나의 경험과 가르침이 내 삶의 밑거름이 되어 주며,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를 결정짓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은 나의 언행을 더 신중하게 만들었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훈련소에서의 시간은 계속해서 나를 다듬어가는 과정이었다.
오늘도 또 하나의 중요한 배움이 있었다.


✒️ 기억의 조각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내가 말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자신감도, 후회도, 다짐도

결국은 내뱉은 말에서 비롯된다는 걸

나는 오늘, 비 오는 훈련장에서 배웠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라이킷으로 다음 편을 함께해 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14화] 형이라는 이름의 지원 사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