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충성한 D+27
드디어, 말로만 듣던 행군이 시작되었다.
군대에 입대한 후 여러 훈련 중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것이 바로 이 행군이었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힘들고 고된 훈련인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평소 걷는 걸 좋아하고 자신 있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아침 5시에 기상해, 7시부터 본격적인 행군이 시작됐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다 보니 금세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발걸음이 가벼웠다. 평소 운동을 해왔고 걷는 것엔 자신이 있었기에 “이 정도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몸속 깊이 피로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훈련소에서 중요한 건 육체적인 강인함뿐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프고 힘들어도 ‘끝까지 가자’는 다짐으로 한 걸음씩 내디뎠다.
행군은 총 4시간. 3시간쯤 지났을 때까진 견딜 만했다. 발뒤꿈치가 약간 까졌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발바닥이 따끔거리기도 했지만 심각한 불편은 아니었다. 새로 보급받은 전투화는 딱딱하고 발에 잘 맞지 않았지만, 익숙해질 때까지는 참고 신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3시간을 넘기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단단한 아스팔트 위를 계속 걷자 발바닥에 강한 자극이 쌓였고, 어느 순간부터 발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짧은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그 틈을 타 물도 마시고 발도 쉬게 했다. 그러나 휴식이 끝난 뒤 다시 걸으려 하니, 오히려 발이 더 아팠다. 식은 근육과 피로가 동시에 밀려온 탓이었다.
남은 1시간은 정말 고비였다. 발바닥은 열이 나는 듯했고, 발목까지 찌릿하게 아파왔다. 물집은 생기지 않았지만, 발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조금만 더, 멈추지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걷는 동기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었다. 각자의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발을 맞췄다.
그렇게 버티고 또 버티다 보니, 어느새 오전 11시. 드디어 목적지인 막사가 눈앞에 보였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발을 살펴보니, 큰 상처는 없었다. 발뒤꿈치가 조금 까졌고, 발바닥이 부었지만 물집이 생기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근육은 뻣뻣하고 발엔 무리가 갔지만, 마음만큼은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
처음 경험한 행군은 단순한 걷기가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과정이었다.
이 행군은 단지 신체적인 훈련이 아니라, 인내심과 끈기, 그리고 자신감을 길러주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아프고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낸 경험은, 내 자신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다’는 기억보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더 크게 남았다.
이 훈련은 내게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견디면, 결국엔 성취와 보람이 따르게 된다는 것.
군 생활은 단순히 육체를 단련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마음을 단련하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발이 조금 아프고 몸은 지쳤지만, 나는 믿는다.
이 행군이 내 인생의 디딤돌이 될 것임을.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어려움 앞에서도 이 경험은 내게 강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군 생활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힘든 훈련 속에서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적응해가고 있었다.
✒️ 기억의 조각
걷는다는 건, 단지 발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발끝의 고통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나.
함께 걷던 동기들의 격려는
어느새 내 발걸음을 이끄는 힘이 되어주었다.
그 4시간은, 내 안의 끈기와 동지애를 깨운 시간이었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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