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충성한 D+24
군대에 온 이후 처음으로 배불리 간식을 먹었다. 그동안 가끔씩 간식이 나오긴 했지만, 오늘처럼 풍성하고 다양한 간식은 처음이었다. 양도 많았고, 맛도 정말 훌륭했다. 처음 간식들을 마주했을 때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군대에서 이런 날이 있을 수 있구나’ 싶을 만큼, 그야말로 간식의 천국이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오전엔 총검술 훈련이 있었다. 힘든 훈련이었지만 군인이라면 반드시 익혀야 할 중요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총검술이 아니라 침례식이었다.
사실 나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침례식에 간식을 준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참가하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 수영장에 들어가 침례를 받았다. 그 과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잘 몰랐지만, 물에서 나오니 신도님들이 “축하합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해주셨다. 나도 어색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이제 간식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간식 시간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어떤 간식이 나올지 몰라 기대 반, 궁금함 반이었는데, 하나둘씩 나오는 간식들을 보며 입이 벌어졌다.
소보루빵, 핫브레이크, 초코파이, 콜라, 웨하스, 앗싸 떡볶이, 데미소다, 샌드…
정말 다양한 간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먹었다.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듯, 계속해서 손이 멈추지 않았다.
군대에서 간식은 흔치 않다. 그래서 그런지, 한 입 한 입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먹을수록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그동안 바쁜 군 생활 속에서 참아왔던 욕구들이 오늘 간식과 함께 터져나온 것 같다.
‘오늘만큼은 그냥 즐기자.’
그렇게 생각하며 평소보다 과하게 먹었다. 평소엔 체중이 늘까 걱정되어 밥도 조금만 먹고, 군것질도 자제하려 했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이런 날은 몸도 마음도 잠시나마 해방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작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너무 많이 먹었다는 생각에 살짝 후회가 들었다. 처음이라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과식하고 말았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많이 먹었으니, 팔굽혀펴기 많이 하고 자야겠다.”
몸을 움직인 만큼 먹은 거고, 먹은 만큼 다시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군대에서는 체력과 체중 관리를 잘해야 한다. 아무리 맛있는 간식도, 운동 없이 먹기만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날이 있더라도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풍족한 하루였다고.
간식이 전부는 아니었다. 오전엔 훈련도 있었고, 오후엔 특별한 경험도 했고, 무엇보다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군 생활은 매일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매일 조금씩 다르다. 힘든 날도 있고, 즐거운 날도 있고, 오늘처럼 간식 하나에 위로받는 날도 있다.
이제는 이 생활도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버거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나만의 리듬이 생긴 듯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오늘처럼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내일도 무사히, 다치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 기억의 조각 비 오는 날, 종교행사도 간식도 어색했지만 소보루빵 한 입에 마음이 풀렸다. 그날만큼은 훈련병이 아니라 그냥 배부른 스물한 살이었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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