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충성한 D+35
며칠 전, 군대에서 첫번째 추석을 보냈다.
사실 ‘명절’이라는 단어가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훈련소에서는 달력에 붉은 글씨가 찍혀 있어도 하루의 흐름은 그대로였고,
그날도 평소처럼 기상 나팔 소리로 시작됐다.
기대도 설렘도 없이 맞이한 추석이었다.
그래도 뭔가 다르긴 했다.
연휴 분위기 같은 건 없었지만, 평소보다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고
오침(낮잠)도 허용됐다.
눈을 붙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꽤 편안해졌다.
그날만큼은 시간도, 내 마음도 느긋하게 흘렀다.
저녁에는 ‘추석 취식물’이 나왔다.
말만 들었을 땐 뭐 대단한 게 나오려나 싶었지만,
그중 유독 눈에 띄던 건 ‘아싸 떡볶이’라는 과자였다.
평소에 떡볶이는 좋아하지만, 떡볶이 맛 과자에는 손이 잘 안 간다.
달콤한 듯 매콤한 듯, 뭔가 어정쩡한 그 맛이 내 입맛엔 안 맞았다.
그래서 받은 그대로 관물대에 넣어두고 손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날 아침, 그 과자가 자꾸 눈에 밟혔다.
군대 식단에 조금씩 물려갈 즈음이라 그런지,
한 봉지만 뜯어볼까 하는 유혹이 점점 강해졌다.
결국 꺼내서 한 입 먹어봤는데… 익숙해지니 또 괜찮았다.
그 뒤로 손이 멈추질 않았다.
결과는 뻔했다.
점호 직전, 분대장님이 다가오셨다.
과자 부스러기며 포장지며, 딱 봐도 걸릴만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분대장님의 눈빛만 봐도 직감이 왔다. “이제 시작이구나.”
“먹을 땐 좋았지?”
그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됐다.
곧바로 얼차려가 시작됐다.
팔굽혀펴기, 침상 배꼽 정렬, 다리 들기, 손 들기…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몸이 바닥에 닿았다.
평소에도 팔굽혀펴기는 자주 하던 터라 버틸 수 있을 줄 알았지만,
200회를 넘어서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팔은 저리고 어깨는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무너지진 말자. 버티면 지나간다.”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얼차려가 끝나고 나니, 분대장님이 샤워 시간을 주셨다.
찬물에 몸을 씻으면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힘들긴 했지만… 후련했다.
그리고 샤워 후, 분대장님이 하신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여기가 사회였다면 그렇게 하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여긴 군대다.
군대는 한 사람이 흐트러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거다.”
그 말이 마음속 깊이 박혔다.
단순히 과자 하나 몰래 먹은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군대라는 공간에서, 내 행동 하나가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걸 새삼 느꼈다.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훈련과 어려움 앞에서도,
그날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며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다.
✒️ 기억의 조각
아싸 떡볶이 한 봉지가 얼차려 200개가 되던 날.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배운 질서와 책임은 오래도록 남았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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