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숨 막히는 훈련, 식지 않는 말통

내 이름으로 충성한 D+43

by 퇴근 후 작가

훈련소 생활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각 지역에서 모인 또래들과도 어느새 마음을 트게 되었다. 다들 낯설고 힘들지만, 그 안에서 우정을 쌓아가고 있었다. 훈련은 고되지만 체력적으로는 버틸 만했고, 이 생활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중이다.


며칠 전에는 영외 교육 중 하나인 수류탄 투척 훈련이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긴장되는 훈련이었다. 무섭다기보다는, 아주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교육장에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현장에 도착하니 훈련장은 이미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간부들이 무표정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자체로 압박감을 주었다. 간단한 교육이 끝난 뒤 실제 수류탄을 손에 들고 투척하는 순간이 왔을 때, 손끝에 힘이 꽉 들어갔다. 수류탄을 투척하고 엄폐호에 몸을 숨기는 짧은 순간,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가 풀렸다. 돌아서 나오며 한숨을 내쉬는데, 몸이 한껏 긴장해 있었음을 그제야 실감했다.


그리고 또 다른 날, 화생방 훈련.
이번엔 방독면 착용법을 교육받고, 실습장에 들어가 실제로 화생방 상황을 체험했다. 정해진 순서대로 방독면을 착용하고 들어가서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방독면를 벗으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순식간에 눈물과 콧물이 쏟아졌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본능적으로 몸이 버둥거렸고, 훈련장 밖으로 나와도 한동안은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훈련의 고됨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혹독한 훈련이 이어졌지만, 훈련보다 더 힘든 건 사실 따로 있었다.

바로 더위와의 싸움.


무더운 여름, 그늘 하나 없는 훈련장에서 우리는 땀에 절은 전투복을 입고 뛴다. 그럴수록 갈증은 더 커지고, 훈련이 끝난 뒤 기대하는 건 오직 하나 시원한 물. 하지만 훈련병에게 제공되는 물은 늘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이었다. 물당번을 맡은 날에는 말통을 들어 나르기가 무서울 정도로 뜨겁고, 손이 데일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말통이 쪼그라들 정도로 뜨거운 물을 받아가며 식사 전 줄을 서 있으면, 식당 한쪽 간부 테이블에는 늘 얼음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훈련병에게는 '식중독 예방'이라는 이유로 뜨거운 물만 지급되었고, 시원한 물은 금단의 사치였다. 훈련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그 한 모금의 시원한 물은 간절한 소망이었지만 닿을 수 없는 세계처럼 느껴졌다.


얼음물 하나로 느끼는 거리감, 어쩌면 그것이 군대라는 시스템의 냉정한 단면이기도 했다.


수류탄 훈련도, 화생방 훈련도 분명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버거웠던 건 결국 아주 사소한 것, 갈증을 해결하지 못한 작은 절망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불편함 속에서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만이 나를 위한 유일한 위로였다.



✒️ 기억의 조각

들숨마다 모래를 삼키듯

나는 더위와 싸우는 법을 배워야 했다.
땀이 말라붙은 전투복 아래
한 모금의 시원한 물이 간절했지만
그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다.
그렇게, 참는 법이 몸에 새겨졌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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