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이별과 시작 사이, 훈련소를 떠나다

내 이름으로 충성한 D+51

by 퇴근 후 작가

6주간의 군사훈련이 끝났다. 논산훈련소에 발을 디딘 첫날부터 오늘까지, 아침저녁으로 외치던 구호와 경례, 그리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훈련의 반복 속에서 나는 어느덧 훈련소의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웠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동기들과 함께 자고, 함께 뛰고, 함께 얼차려를 받으며 지내던 그 시간들. 군복은 거칠었고, 군화는 딱딱했다. 규율은 촘촘하고 생활은 단순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졌고, 그만큼 나 자신도 조금씩 단단해졌다.


훈련소에서는 아직 이등병 계급장을 달지 않는다. 그래서 가슴에 바느질한 명찰 아래로, ‘주차 표시’라 불리는 선을 매직으로 하나씩 색칠해 나갔다. 매주 주말마다 그 주차선을 칠하면서 ‘이번 주도 잘 버텼다’는 자그마한 성취감을 느꼈다. 마지막 여섯 번째 선을 칠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내 명찰을 한 번 더 매만지게 되었다. 훈련소에 막 입소한 신병들이 나를 보며 “와, 벌써 6주차다” 하고 부러운 눈빛을 보내던 장면이 떠오른다. 나 역시 그런 눈빛으로 선임들을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오늘 우리는 이곳을 떠나 또 다른 훈련지로 이동한다. 후반기 교육이 기다리고 있다. 훈련소에서의 생활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또다시 새로운 곳에서 적응해야 한다는 약간의 긴장감이 마음속에 뒤섞였다. 인연은 짧았다. 하지만 동기들과 함께한 이 시간은 분명 진하고도 깊었다. 처음엔 서로의 이름도 몰랐지만, 이제는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가까워졌다. 잠 못 이루던 밤에 귓가에 들리던 숨소리들, 새벽 점호 때 들리던 발소리, 줄 맞춰 걷던 구보의 리듬까지, 그 모두가 이별 앞에서 조금은 아쉽고 아련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지는 동기들과의 관계는 마치 처음 마셔보는 씁쓸하지만 달콤한 커피 같았다.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달라진 걸 느낀다. 어느샌가 ‘~하셨어요?’가 아니라 ‘하셨습니까?’가 더 편하게 입에 붙었고,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다’ ‘~까’로 끝나는 말투가 자연스러워졌다. 자세가 바뀌고, 말투가 바뀌고, 생각이 바뀌는 시간이었다.


이제 또 다른 교육이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

우리는 이별하고, 또 다른 인연을 만날 것이다. 그러나 이 훈련소에서 보낸 6주간은 분명히 나를 단련시켰고, 이 경험은 내 군생활 내내 든든한 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 기억의 조각

매직으로 채운 여섯 줄의 선 위로

나는 훈련병이란 이름을 건너

처음으로 나를 견뎌낸 사람처럼 서 있었다.

이별보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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