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의 마음도 쉽게 대변할 수 없는 자리에서
대표님께.
얼마 전, 한 자회사의 임원분이 저희를 조용히 불러 앉혔습니다.
“본사와 대화할 땐 늘 방향이 정해진 상태 같아요.
‘이건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는 어디였을까 싶어지죠.”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던 그 날 오후,
이번엔 본사 소속 팀장 한 분과 면담이 잡혀 있었습니다.
“솔직히요, 요즘 저희는 말하는 걸 좀 무서워해요.
우리 얘길 해도 반응이 없고, 뭔가 달라지는 것도 없거든요.
임원은 혼자 고민이 많으신 것 같긴 한데…
그게 팀 안에 공유되진 않아요. 그냥, 말을 아끼자는 분위기죠.”
이 두 사람 모두가 나름의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듣게 됩니다.
그리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생각합니다.
“우리는 또다시 중간에 서 있구나.”
인사팀의 자리는 언제나 어딘가의 중심이 아닌,
어디와 어디 사이입니다.
한쪽에서는 전략과 방향을 설계해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방향에 따라 움직일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결정을 먼저 이해해야 하면서도,
그 결정에 불안해할 얼굴도 동시에 떠올려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인사는 늘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조직의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목소리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잡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한 조직에서 상반기 인사이동이 끝난 뒤,
어떤 임원은 “이제 라인업이 잘 정비됐습니다”라며 만족해하셨습니다.
하지만 곧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습니다.
“우리 팀의 주요 업무가 바뀌었는데,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신임 팀장님이 오셨지만, 우리가 뭘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방향도, 목표도,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그 말을 전해 들은 임원은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조용히 한마디 하셨습니다.
“나는 좋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어떻게 설명했어야 할지 몰랐던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저희는 늘 먼저 묻고, 먼저 설계하고 싶습니다.
“이번 이동은 어떤 맥락인지 정리해드릴까요?”
“팀원들과의 첫 미팅은 이런 메시지를 중심으로 전달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 결정이 나오면, 어떤 오해가 생길 수 있을지 한번 점검해보겠습니다.”
이런 말을 드리기 위해서라도,
저희는 중간에 있어야만 합니다.
그 중간이란,
리더십의 뜻을 잘 풀어 구성원에게 전하고,
구성원의 정서를 리더에게 다시 설명하는 두 방향의 다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다리는,
말이 아니라 신뢰 로 유지됩니다.
한쪽에서 “너무 위에서만 정해요”라는 말이 들려오고,
다른 쪽에서는 “아래에서 왜 이렇게 불만이 많지?”라는 말이 이어질 때,
저희는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언어의 해석자가 됩니다.
의도를 오해 없이 전달하고,
결정을 부드럽게 이행하게 하며,
불필요한 충돌은 미리 차단할 수 있도록.
그렇기에 인사는 어느 한쪽의 편이 될 수 없습니다.
항상 균형을 잡아야 하고,
때로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않는 위치일지라도,
거기서 말과 흐름을 정리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속에 몇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말로 꺼내진 않지만, 결정 하나하나를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 되묻는 말들입니다.
“이 결정은, 구성원들에게 어떤 감정으로 다가올까?”
“지금 이 타이밍, 이 방식이 과연 적절했을까?”
“그 리더는, 지금 팀원들과 충분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환경에 있을까?”
“혹시라도 실수가 나왔을 때, 그 조직은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을까?”
“이 팀의 성과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정말 팀 전체의 노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까?”
이런 물음표들을 마음속에서 조용히 그려보고,
그 답을 스스로 가늠해보는 시간,
사실 그게 바로 인사팀이 ‘일을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사람과 구조, 분위기와 리더십 사이의
여러 갈래의 선들을 하나씩 다시 꿰어보곤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표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인사는 늘 중간에 있습니다.
그 중간이 애매한 자리가 아니라
조직을 지키기 위해 가장 민감한 것을 읽고, 가장 묵묵히 연결하는 자리라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결정의 무게를 함께 감당하고,
그 뜻을 더 단단하게 실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키는 이 중간의 무게를,
함께 느껴주시기를 바랍니다.
인사팀에서 드립니다.
❤️ 사람 중심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인사담당자 입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사이트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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