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큰아버지의 응원

내 이름으로 충성한 D+152

by 퇴근 후 작가

내무실 라디에이터 옆 구석에서 편지 한 통을 펼쳤다.
활자로 찍힌 것보다 훨씬 더 또렷한 손글씨,
문장 하나하나에 진심이 묻어 있는 글이었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감정, 내가 이 시간들을 잘 버텨낼 수 있다고 말해주는 목소리 같은 편지.
큰아버지께서 편지를 보내주셨다.


To. 사랑하는 준서에게

지난 2003년은 우리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많았단다.
생과 사가 교차하며 가족 모두에게 큰 파도가 밀려온 한 해였지.
그 속에서도 작은아버지와 큰고모가 건강을 회복하고, 이렇게 무사히 새해를 맞이하게 되어 참 다행이다.


그 와중에 너를 군에 보낸 가족의 마음이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겠지.
그래도 너는 늠름하게 입대했고, 훈련도 잘 받았고, 100일 휴가도 다녀갔다지.
어느덧 새해가 되었네. 떡국 많이 먹었겠지?


온 가족이 사랑으로 너의 건투를 빌며 새해를 맞이했단다.
혼자 떨어져 있으니 가족, 친구 생각도 많이 나겠지만
그 그리움은 결국 사랑의 밑거름이 되어
가족의 소중함과 참사랑의 진실을 더 깊이 느끼게 해줄 거야.


네가 있는 군대는
대한남아 중에서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성실하게 군생활에 임해라.
그 속에서 너는 강인한 육체와 마음을 단련하게 될 것이고,
나중에 사회에 나와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게 될 거야.


이 시대엔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강인한 이준서 이병, 파이팅!
건투를 빈다.


갑신년 새해 아침,

큰아버지가


편지를 다 읽고 난 후, 나는 잠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격려와 사랑을 말로 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마음을 한 자 한 자 적어 보낸 이 글은, 지금 이곳의 추위보다 훨씬 더 깊게 나를 감싸줬다.



✒️ 기억의 조각 가까우면서도 평소엔 멀게 느껴졌던 친척, 큰아버지의 손글씨는 의외로 참 다정했다. 부모님의 걱정과는 다른 결의 응원, 그 믿음이 오늘 내 하루를 붙잡아주었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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