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무지개는 무슨 말을 남기고 싶었을까
장례를 치루고 오늘 삼우제를 준비하기 위해
어제 본가로 향하면서,
주유소에 들려 주유를 하고,
세차장에 들어섰는데,
세차가 시작되자마자
아주 선명한 무지개가 보였습니다.
그 짧은 순간,
제 마음에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고,
슬픔에 빠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저를 걱정하고 위로해 주듯
아버지가 “아빠도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잘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서
울컥하면서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습니다.
작년 10월 1일부터 오늘까지,
아버지 얼굴을 보고,
손과 발을 마사지하며,
목욕도 시켜드리며,
사랑한다는 말도 해보고
생전에 더 많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마흔이 넘어서야 하게 되어서
너무 후회스럽고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으로 출퇴근하며
아버지 곁에 있을 수 있었던 시간은
한편으로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도,
병상에 계실 때도,
그리고 지금은 먼 여행을 떠나셨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 살아계십니다.
편지를 준비한 이유는
다름이 아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병원을 다니며 장례를 준비하는 동안,
현실은 마냥 슬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해야 할 일과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아버지가 해오셨던 일들을 인수인계하며,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던 시간들 속에서
슬픔보다는 바쁨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듬직한 형이
그 모든 일들을 대신해줘서
형 덕분에
저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었고,
아버지가 그리울 때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형수님,
아버지 병환을 돌봐주신
그 따뜻한 마음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병원을 나오면서
“형수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라고 했을 때
“가족인데 뭘 감사해?”
라고 하셨던
그 한마디가
제 마음을 얼마나 따뜻하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가
아버지 건강에 집중하느라
병원과 회사에서 오가며
가정을 잘 살피지 못했는데,
늦은 시간이 되어
집에 올 때면
항상 기다리며
“오늘 아버님은 어떠셔?” 라고
출근도장 찍듯이
하루하루 건강 상태를 살피며
아들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
함께하지 못해
오히려 마음이 더 아프고 힘들었을
사랑하는 와이프에게도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가장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을 우리 엄마.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사실은 가장 마음이 여리고,
아빠를 떠나보내는
그 과정 속에서
많은 마음고생을 했던 엄마에게
앞으로 제가 더 잘하겠다고 한 말,
그 약속 지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동안 진심으로 위로해 주시고,
함께 슬퍼해 주신
따뜻한 마음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빠가
먼 여행을 떠나신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동안 함께한
3개월의 짧은 시간이
우리 가족에게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씩씩하게 살겠습니다.
오늘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