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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현 Nov 17. 2018

창업과 투자의 연결고리(2)

투자는 정말 받기 어려운 것일까

 창업기업이 투자자(투자기업)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는 이유는 투자를 받는 기업은 극소수이고 자신들은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는 것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투자를 받는 기업이 빠르게 성장가도를 그리는 것과 달리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은 전적으로 영업수익이나 대출만으로 자생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투자에 대한 목마름이 깊은 것으로 생각된다. 


 선입견 10가지를 토대로 벤처캐피털에 대한 오해를 투자자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사실 창업기업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나 그동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말 뿐이다.


 투자자가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말뿐이 아니라 사실이다. 업력이 오래된 기업에 투자를 하기도 하지만 투자자는 창업기업이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토대로 트렌드에 부합한 성장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스타트업만을 대상으로 IR(Investment Relation)이 열리는 이유도 이런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최근에는 유망기업을 대상으로 IR을 공개적으로 열고 있는 추세이다. 다수의 기업이 투자를 통해 시장을 창출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2)  투자를 받을 기업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 또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아무리 IR에 참여하고 투자의향이 있음을 대외적으로 알려도 장기간 투자를 받지 못해 Death Valley를 오랜 시간 겪어야 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것에는 제품이나 상품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않거나 시장을 창출하기에 경쟁자 대비 경쟁력이 없거나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사전에 투자를 받을 기업이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은 크나큰 오해라고 보아야 한다. 


  투자는 다양한 법령에 의해서 기업 대 기업, 기업대 기관으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에 해당되므로 사전에 투자받을 기업을 지정해놓고 단순히 거짓으로 IR만을 받는다면 이는 심각한 불법에 해당될 수 있다. 


 3) 한 번 IR활동을 하고 나면 아이템이 다 팔려서 아이디어를 빼앗길 수 있다. 


  카더라 통신에 의해서 많이 듣는 말이 이 부분에 해당된다. 공개적인 IR을 몇 번 했더니 금세 유사한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더라는 창업기업의 카더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투자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이 정보가 일부 기업에게 들어가서 마치 제품이나 서비스가 카피당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운 확률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투자를 위해서는 권리보호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제품이나 서비스가 타사에 비해 독창적이라면 반드시 권리적인 측면에서 특허나, 실용신안으로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기술유출이나 기술복제를 방어할 필요가 있다. 


 4) 한 번 IR활동을 하고 나면 바로 옆의 투자자에게도 기업 정보가 전달된다.


  한 번의 IR 활동만 하면 내 정보가 모든 투자자에게 공유가 되어서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은 무리한 생각이라고 봐야 한다. 투자자가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도 자신들이 IR 받은 자료를 함부로 공유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 숱한 IR과정을 거쳐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번의 IR로 모든 투자자에게 기업이 알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복적인 IR을 통해서 투자를 받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5) 심사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서 준비 기간이 매우 길다.


  심사 기준이 까다로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투자는 공짜가 아니다. 투자를 한 사람이나 기업, 기관은 투자에 대한 회수와 회수의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투자를 심사한다. 심사 기준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손해에 대한 Risk를 hedge 하기 위함이고 무엇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준비기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짧은 준비 기간을 갖고도 투자를 받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준비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투자를 받지 못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준비 기간이 길수록 탄탄한 준비를 할 수 있겠지만 준비 기간이 짧다고 하더라도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큰 매력을 느꼈다면 준비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서 먼저 투자하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매력을 느껴서 최대한 단 시간 내에 투자를 집행한 사례가 있다.)


 6) 매출도 충분히 많이 나오고 재무제표도 잘 준비되어야 가능하다.


  창업기업이 매출도 잘 나오고 재무제표도 잘 준비되어 있다면 지극히 매력적인 회사일 것이다. 반대로 매출도 별로 나오지 않고 재무제표도 그리 잘 준비된 기업이 아니라면 매력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매출도 잘 나오고 재무제표도 잘 준비되었다고 해서 미래의 성장가치가 매우 높은 기업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잘 준비된 기업에 투자를 해서 1.5배를 얻을 수 있고 잘 준비되어 있지는 않지만 미래 성장가치가 높아서 3~4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라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전자보다 후자에 투자를 할 경우가 높다고 보아야 한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기업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것은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물론 잘 준비된 기업이 미래 성장가치가 높다는 금상첨화겠지만, 창업기업은 단순히 준비만 잘 되었다고 해서 투자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예단해서는 안된다. 


 7)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면 투자를 받기 어렵다. 


  기술력이 매우 높은 기업과 기술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시장가치가 높은 기업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전자를 선호할까. 후자를 선호할까. 투자자는 후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투자자가 요구하는 기술력이란 '시장성이 있는 기술력'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력'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기술력이 없다면 아예 투자를 받는 것이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여기에서 기술력이란 어떤 원천기술을 보유해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어야 함을 말하진 않는다. 응용기술이지만 충분히 기업이 기술에 대한 개발 능력이나 운영능력이 있고 기술을 통해 출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 투자자들은 이런 기업을 '기술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8) 투자자가 경영권을 가져갈 수 도 있다.


  투자자가 투자를 통해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선입견을 갖는 대표들이 있어서 투자 자체를 매우 나쁜 것으로 보는 창업기업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투자에 앞서서 투자를 받은 기업과의 지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거치게 된다. 투자자는 대표를 보고 투자를 하기도 한다. 대표의 사업수완을 보고 대표가 기업을 더욱 성장시켜갈 수 있을 것에 대해서 베팅을 한다. 


  그런데 경영권을 위협해서 대표를 쫓아낸다면. 그 기업은 과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잘라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Seed 투자나 Series A 투자에 해당되는 투자는 일반적으로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의 투자는 아니다. 


 9)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투자수익률에만 관심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업이 성장해야만 투자를 통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무조건 자신이 빠르게 회수할 생각만 한다면 대개 이런 경우는 투자 초반부터 기업과 투자자 상호 간의 의견 마찰로 삐걱거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단 기간 내에 상장을 통한 EXIT가 가능한 기업이 혜성처럼 등장을 했다면 투자자의 입장에선 내심 빠르게 투자하고 회수할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투자자도 그런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고 기업의 성장이나 안정에는 관심 없이 전적으로 수익에만 관심을 내비치지는 못한다. 


   오히려 내가 보고 들었던 투자자들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이 많았다. 


 10) 투자자마다 심사기준이 비슷해서 한 번 떨어지면 계속 떨어진다. 


   투자자마다 심사기준이 비슷해서 한 번 떨어지면 영원히 OUT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투자는 투자 단계(Stage) 별로 선호되는 기업이 다르고 단계별로 그리고 투자자별로 선호하는 업종이나 분야도 다르다. 따라서 투자자마다 심사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한 번 떨어졌다고 해서 영원히 투자를 받을 수 없는 것처럼 낙담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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