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은행’이 2층으로 쫓겨난 이유

-공간의 이동_1, '공간 이동'의 추세와 방향-

건물 1층에는 번듯한 은행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아니면 국내 유수의 자동차 전시장이 있어 대형 유리 안쪽에서 시대의 상징인 듯 ‘자동차’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1층에 자리했던 은행 지점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나 봤더니 건물 2층이나 골목을 돌아 이면도로 안쪽 건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프리미엄급 커피숍이 들어왔다. 요즘 흔히 경험하는 ‘공간의 이동’이다.


통장이 있는 한 두 개 거래 은행이 대부분 있기 마련이다. 월급과 아파트 관리비 등이 들어오고 빠지는 입출금 많은 은행이 그나마 주거래 은행이다. 개인마다 주거래 은행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실제 방문 건수나 사례는 많지 않다. 최근에는 인터넷 뱅킹이나 폰뱅킹을 많이 쓰는 이유다. 따라서 용무 상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할 경우에는 근무처나 집 근처 주거래 은행 지점의 위치를 확인하고 방문한다. 물론 대부분 그 위치를 짐짓 안다. 출퇴근이나 집 밖 외출 등을 하면서 그 위치를 확인해 왔던 터다. 그런데 최근 그곳에 있어야 할 은행 지점이 보이지 않거나 안 보인다. 위치가 옮겨졌거나 아예 지점을 폐쇄해 없어진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방문 횟수가 줄어 이용객수가 줄어들고 폰뱅킹 사용자가 늘수록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가 투입되어야 하는 은행 지점은 은행 본점 입장에서는 비용 발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점을 폐쇄하지 않을 경우 대안은 간단하다. 임대료가 저렴한 2층 또는 이면도로 쪽 건물 2층으로 옮기거나 건물이 있던 구석 공간이나 인접 건물 구석에 별도의 ATM기를 설치해 간단한 입금이나 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꾸었거나 바뀌고 있다.


(copyright. 서정렬) 서울 강남 청담동 소재 빌딩 사진 전경. 기존에 있던 은행 지점이 2층으로 옮겼고 그 자리에 스타벅스 지점(영동대로 청담점)이 입점했다.


 서울시 청담동 특정 빌딩 1층에 있던 모 은행 지점이 어느 날인가 2층으로 옮겼다. 은행 지점이 있던 자리에는 외국계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이 입점했다. 2층 공간 역시 넓은 공간이 아니기에 건물 몇 개를 건너 1층 구석에 인출과 입금을 위한 별도의 ATM 박스가 설치되어 있다.


딱히 지하에는 어떤 업소가 있었는지 기억도 없었는데 이곳마저도 최근 선호되는 업소가 들어왔다. 간단한 짐을 잠시 맡겨 놓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미니 창고점이 입점한 것이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았던 지하 공간에 자금 한계로 인해 자기 점포를 내지 못하는 소자본 자영업자들이 창업할 수 있는 배달 100%의 공유 주방 음식점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처럼 건물의 특정 자리를 지켜왔던 특정 점포들이 자리를 내주고 새로운 점포들이 입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자리를 지켰던 특정 점포들의 매출이 격감하면서 수익보다는 비용이 커진 탓이다. 비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은행 관련 업체들의 모색 또한 반영된 결과다.


위와 같은 맥락의 공간적 변화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목도된다. 최근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맞아 배달업이 호황을 누리는 만큼 아파트 상가 및 일반 상가의 음식점 매출은 방문객 감소로 매출이 격감했다.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상가 임차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장사가 안 되니 기존 음식점이 빠진 곳에 다른 자영업자가 들어왔다가 장사가 되지 않아 다시 빠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개별 점포들의 세력권 변화가 뚜렷하다. 그런 상권의 변화를 특정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의 세력권 변화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장사가 되는 업종은 ‘선택과 집중’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업종들은 퇴출되거나 임대료가 낮은 쪽으로 이동한다. 코로나 이후 ‘공간의 이동’은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모바일 지도 캡처 사진) '청담동 스타벅스'라는 키워드로 포털에서 검색하면 보이는 인근 스타벅스 지점 들.


바야흐로 공간의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간의 이동'은 '자본의 이동'을 수반한다. '자본의 이동' 또한 '공간의 이동'을 가속화시키는 배경이 된다. ‘공간’의 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공간의 이동 결정적 장면을 최근 여의도에 들어선 ‘더 현대 서울’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에루샤(에르메스, 루비통, 샤넬)’ 없는 백화점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금 상황에서 요구되는 '있어야 할 것'들을 다 모아 놓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평가받고 있다.


더 현대 서울이 표방하는 것은 ‘미래형 플래그십 스토어’ 다. 백화점 이름에서 ‘무슨 무슨 ○○백화점’을 빼고 ‘서울’을 넣은 이유도 서울 최대의 혁신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copyright. 서정렬) 붉은줄의 오피스 건물보다 백화점 외관은 조금은 중화된 느낌. 오픈한지 오랜데 아직도 건물 곤돌라 외관을 보고 건설중이란 분들도 계신다고 한다.


‘더 현대 서울’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현재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 경험을 통해 ‘사용 중’인 만큼 혁신 공간으로서의 성공 여부는 아직 그 판단이 섣부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린다면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 강남 쪽에 밀려 외면받아 왔던 서울 서남부와 서북부 지역 소비자들이 선호할 수 있는 여의도라고 하는 입지적 ‘공간’에 위치했다는 것과 녹지를 포함한 오픈 공간이 많은 백화점 내부 ‘공간’의 개방감이 상호 결합돼 마치 ‘(백화점) 공간 in (여의도) 공간’ 개념으로 소비자들에게 만족도 높게 어필했다는 점이다.  '공간'의 창조는 어쩌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이후에 다른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다르게  창조된 '공간'이 최근 다양한 형태로 늘고 있다. 바로 '공간의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copyright. 서정렬) 가장 많이 노출된 아웃테리어 부분. 매장의 50%를 정원으로 만들었다는 마켓팅 포인트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딱 좋은 '이슈'다.
(copyright. 서정렬) 평탄하게 보이지만 미미한 마운딩(mounding)처리로 골목길을 걷는 느낌을 준다. 의도한 대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의도가 필요하고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