ラブレター(1995)
그가 쓴 이름들이 당신 이름인 것만 같군요
와타나베 히로코, 러브레터 中
감기를 달고 살았던 '후지이 이즈키'의 행동으로 '와타나베 히로코'와는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일종의 표시를 해뒀지만, 사실 영화 전반부까지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되감기를 몇 번이나 하고선 '아차' 싶었다. 그 정도로 정말 닮기만 했지 아예 다른 사람인 듯 1인 2역 연기를 한 '나카야마 미호'의 연기력이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그리고 <러브레터>에서는, 그들이 닮았다는 장치는 충격적일 정도로 '중요한 단서'가 된다. '후지이 이즈키'라는 남자를 두고 연결된 두 여인의 편지로 누군가는 진짜 이별을 하게 되고, 누군가는 새로운 마음이 깃들게 된다.
처음에는 '히로코'가 너무 깊은 곳까지 알게 돼 슬프지 않을까 했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뒤늦게 알아차린 주인 없는 사랑이 더 여운이 길 것 같아 결국 더 마음이 아픈 상대는 '후지이 이즈키'가 아닐까.
"오겡끼데스까"라는 명대사 장면. 과연 어떤 뜻이었을까 궁금했는데 예상외로 더 가슴 아픈 외침이었다. 이 장면은 이즈키와 히로코를 번갈아 보여주며 같은 대사를 읊게 하는 극적인 연출로, 누군가의 오겡끼데스까는 '잘 지내시나요?'라는 시작의 의미를, 누군가의 오겡끼데스까는 "잘 지내세요"라는 마지막 이별을 담았다. 이 장면에서 히로코는 끝내 못 놓던 이별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동시에 인사를 건넨 대상은 단 한 명. 누군가는 이별을, 누군가는 만남을 시작하게 만드는 상반된 감정이 교차된 아이러니한 상황에 정작 그 대상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삼박자가 소름 돋게 어우러져 잡음 없이 '관계'라는 단상에 더 깊게 생각해 보게 됐다.
잘못 보낸 편지로 원래 주인을 찾은 것처럼 와타나베 히로코가 그를 잊지 못해 보냈던 주소에서 도착한 미지의 답장과 그 운명의 장난이 결국 필연이었다는 사실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히로코의 혹시나 모를 기대감과 그를 잊지 못 한 그리움과 미련으로 보낸 마음이 '후지이 이츠키'를 통해 해소가 되기도 한다.
왜 약혼남인 '후지이 이츠키'가 죽음을 앞두고 평소에는 싫어하던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불렀는지, 여자에게 늘 쭈뼛거리던 그가 자신을 보고 첫눈에 반했던 건지, 왜 끝내 약혼을 먼저 말하지 않았는지.
단순히 첫사랑과 닮아서 '히로코'를 좋아했다고 치부하기에는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진 않겠지만, 결국 그 슬픈 사랑 속에 불순물을 발견하게 된 것이 가히 충격적인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히로코'의 입장에선 뒤늦게 약혼남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 충격으로 이미 그는 죽었지만 어쩌면 지옥까지 찾아가 따지고 싶을 정도로(?) 한순간 쓰레기로 전락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었던 장면은 서로 이름이 같았던 동급생 '후지이 이츠키'들의 풋풋했던 과거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삶에서 다시 들여보지 않을 먼지 쌓인 그 이름을 털어보니 리본 묶인 상자 속에 소중하게 보관돼 녹슬지 않았던 존재. 그와의 추억을 라디오처럼 끊기지 않고 회상하며 적어 내리던 순간이 꼭 어릴 적 묻어뒀던 타임캡슐을 여는 마음처럼 느껴졌다.
할아버지도 몇 가지만의 단서로도 알아차릴 정도지만, 정작 본인만 모르고 있던 '첫사랑'이 결국 남풍을 타고
러브레터로 도착하게 된다. 결국 후지이 이즈키의 마음이 제 주인을 늦게나마 찾았지만, 히로코가 그들을 잇기 위한 중간 역할로만 쓰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못 보낸 편지로 늦게나마 알게 된 첫사랑. 단순히 한 문장으로 <러브레터>를 설명하기에 그들이 마음이 너무 애달프다. 너무 진부한 얘기지만, 1995년에 영화가 탄생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이유에 고개를 무한정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사실 반복적으로 바뀌는 시점 중 그 누군가의 시선으로 맞춰 보면 영화의 느낌을 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내 머리를 통째로 소포로 보내는 게 가장 빠르겠군.
- 후지이 이즈키
글 | 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