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6
살아서 퍼덕이는 새우, 복순 씨의 등은 휠대로 휘어있지만 단 한 번도 눅눅하게 어깨를 늘어뜨린 적이 없다. 살아서 파닥이고 있다. 뜨거운 기름 속에서 그녀가 튀어 오르고 있다는 것을 누가 알까. 복순 씨는 이 뜨거운 기름 속을 잠수하여 살았다. 떠나간 임은 알고 있을까. 뜨겁고 숨이 막히는 기름 속에서 죽음 직전 튀어 오를 때마다, 복순 씨는 눈물을 찍어내며 쓰고 빙그르르 춤을 추며 때로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녀가 써낸 시와 글줄, 몸부림치며 건넨 웃음과 환대는 그녀를 광대로 키워냈다. 어둑새벽, 영롱한 이슬 앞에 한참을 앉아 눈물을 글썽이지만, 이슬이 햇볕에 마를 즈음 복순 씨의 하루는 시작된다.
‘바구니를 들고 뻘밭을 훑어내는 맨발의 어머니!’
복순 씨의 긴 하루의 시작이다. 고단한 하루 해가 저물고 서쪽 하늘 노을이 가득하면 그녀는 핏빛 맨발로 귀가하며 편지를 쓴다. 그렇게 꾹꾹 눌러쓴 편지가 지금의 복순 씨를 세웠다. 이슬을 사랑하는 철부지 시인,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 명함을 건네 줄 때는 복순 씨의 계절이 도래했다는 표시다. 그녀의 환한 보조개를 보고 누가 뻘밭의 어머니를 짐작이나 할까? 교편을 잡았어도, 춤꾼이 되었어도, 치매 걸린 노모의 장손 며느리가 되었어도, 새벽이슬보다 더 영롱하게 빛났을 터다.
세월에 연단된 복순 씨의 등짝 너머 노을이 진다.
그녀의 세월은 겨울비 내리는 냇가의 버드나무다. 복순 씨는 그 버드나무 싹이 돋아나고 연둣빛 잎 사이로 솜털이 날아오를 즈음 솜털을 붙잡고 목 놓아 울었다. 봄날 솜털처럼 떠난 꼬마 신랑, 내 임은 가을을 지나 때늦은 겨울비가 내려도 소식이 없다. 아마 첫눈이 내려도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사계절을 임을 기다리며 그리움의 잠수를 거듭하는 삶은 어떤 것일까?
임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자식들은, 방황을 멈추지 않는다. 방황하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복순 씨는 기도한다.
“엄마 앞에 궁상은 잊어라!
네 삶의 저편에 어렴풋이 엄마가 보인다면 포기하지 말아라. 거기 엄마가 튀김 기름보다 더 뜨겁게 버텨내고 있으니” 복순 씨는 뜨거운 기름 앞에서도 망설일 수 없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복순 씨가 기름 속으로 잠수한다. 저기 휜 등, 살포시 한 보조개, 사람을 환대하는 눈빛의 복순 씨가 걸어온다. 겨울비가 내린다. 그녀의 빨간 스웨터 위로 겨울비가 내린다.
포기하지 마라. 뜨거운 기름에 온몸을 뒤집어서 써도 복순 씨는 엄마이고 꼬마 신랑의 하나뿐인 사랑이다.
등이 휘어 등딱지에 통통하게 근육이 생긴 복순 씨가 튀어 올라 빙그르르 돌며 봄이 오는 얼음강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세상 한가운데를 헤엄쳐 가는 시인이고 춤꾼이며 웃음꽃 머금은 광대!
저기 복순 씨가 등을 활짝 펴고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