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4
나는 나무입니다. ‘말없이 가만히 서서 다 해내는 나무’입니다. 한여름의 그늘, 새들의 둥지, 딱따구리의 투정도 모두 받아내는 일을 사람 숲에서 해냅니다. 사람 숲에는 많은 생각들이 살아갑니다. 모두 각자의 생각 속에서 편리한 곳을 찾아가지요. 마치 한여름의 나무 그늘처럼요.
나는 싫은 소리를 못 하고 누구에게나 편하게 대하지요. 내 곁에서 마음껏 뒹굴고 때로는 딱따구리처럼 쪼아대도 참아내며 ‘내가 할 일’을 놓치지 않습니다. ‘느티나무처럼요’
한여름 뙤약볕에 지친 나그네들을 쉬게 했을 때도 사람들은 나보고 ‘설마 네가?’ 하며 의아해했어요. 용기가 필요한 일을 조용히 실천해 냈을 때도 ‘네가 어떻게?’라며 놀라곤 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말없이 견디며 조용히 받아내는 사람’으로 여기는 거예요.
한겨울에 온몸의 물기를 빼내 죽은 듯 움츠려 시린 발을 동동 구를 때도 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꽁꽁 언 뿌리로 봄 들판의 흙을 움켜쥘 때도 거친 숨을 몰아쉬지 않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해요.
‘내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나와 나의 연대가 물을 흐르게 하여 산을 살아있게 하는 것을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요.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나를 드러내 표현하지 않는다고,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거지요.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는 산 계곡의 물줄기는 누가 만들게요? 홍수에 쓰러진 나무 밑동으로 뿌리를 내려 무너진 흔적을 지우는 일을 누가 하게요? 어려서부터 아프게 태어난 마음들의 상처를 누가 치유하고 손을 잡게요?
마음으로 다잡고 조용히 행동하지만 나는 나를 드러내지 않는 나무입니다. 하영의 나무는 이 마음을 키워내 유아들의 앞날에 등불이 되는 거지요. 잎이 붉게 물드는 가을이면 하영은 여지없이 두 손의 힘을 풀어 낙엽을 떨구어 냅니다. 가을을 타는 거지요. 가을에 비우고 겨울을 견뎌낼 준비를 하는 거지요. 나는 제하영, 스스로 성장하는 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