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11)
흥례씨는 저수지나 호수보다는 흐르는 물을 닮았다. 물이 흐르는 길에 웅덩이가 팼거나 큰 바위가 막아서면 흥례씨는 물어 줄 것이다. ‘흐르다가 고여있거나 바위에 부딪혀 좁아진 길로 흘러가야 하는 마음은 어떤지. 괜찮은지’. 그래서 물은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금씩 움직인다. 고여있던 물은 숲으로 스며들어 늪을 만들고 바위를 만난 물은 바위를 쓰다듬고 지나 길을 터 개울로 강으로 바다로 갈 것이다.
가끔 물길이 사방으로 막혀 저수지가 되면 흥례씨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작물을 키울 수 있겠다. 우렁쉥이나 올챙이 소금쟁이도 살겠는걸. 멀리 떠났던 청둥오리도 이곳으로 오겠지”
산이 품고 있던 물이 모여 계곡으로 흐르다가 높은 낙차로 떨어질 때, 물길의 진원지를 물어보면 흥례씨는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건 하늘과 구름과 산에 물어보세요. 어쩌면 해와 달님에게도 물어야 할 거예요”
생육하는 것들이 무엇을 먹어야 생기를 띠고 유익할지 맛이 살아날지는 흥례씨의 물김치를 맛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공을 가미하지 않은 자연 조리법, 깊이 우러난 속 맛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저기 장독대에 흥례씨가 장독 뚜껑을 열고 환하게 웃는다.
당신의 길을, 당신의 다름을 응원한다는 표시다.
흥례씨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다.
<2025.2.05. 개성집에서 이흥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