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24
{송곳처럼,
찍어서 무늬
글 만들어가는 것
시련도 쪼개면 먼지
가되나니전후좌우돌
아보지 말고 오는 것들은
정면으로 맞아가며 돌파하
는 것이 인생이다 클수록 조금씩
쪼개면 작은 먼지 한 줌이 된다 바위
돌도 먼지가 쌓여 굳어진 것이니 굳은
바위돌과 먼지 한 톨도 크게 다르지 않음에랴 무슨 걱정근심이 필요하단 말인가. 아프냐, 그게 아니면 걱정을 마라. 죽어야 되겠냐, 그게 아니면 걱정을 마라. 간밤 꿈속에서 스님이 그렇게 말해주셨다]
바위를 들다 보면 손톱사이에 가루가 낀다. 소라는 몇 년째 바위 앞을 오가며 바위와 씨름을 한다. 지렛대가 필요하고 도끼나 망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소라는 모른다. 바위가 꿈속까지 찾아와 소라의 잠을 모두 쫓아내면 소라는 알약을 삼키고 겨우 잠든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겨울과 여름이 오갈 때마다 초조 해지는 건 바위인데 바위는 초연하게 산아래를 굽어보며 웃고 있는데 소라는 손톱을 다듬고 또 바위산으로 간다.
여늬소라는 바다에서 나서 바위에 붙어 일생을 풍류하는데 나의 소라는 인어공주를 보았는지 소라는 소라공주를 흉내 내며 소라귀를 통해 밀려오는 앵그리버드와 의무새와 집착과 자학으로 하루를 보내며 분투한다.
바위 앞에 울고 있는 소라에게
성철스님의 전언, '산은 산 물은 물'이라고 귀띔해 줘도 소라는 그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그런 말은 환상이에요. 산은 바위 때문에 돌산이에요.]
"물은 소금 때문에 짜고 억새요. 저 바위를 옮겨야 내가 살고 가족이 살고 사람이 살아요. 어쩌면 바위가 소금덩어리일지도 몰라요"
목동이 초록산(소라에게는 바위산)을 굽어보며 소라를 들어 소라나팔을 분다.
부우~
부우우~
부우우우~
산등성이 목장으로 양 떼가 몰려온다. 날이 저물면 굶주린 늑대가 몰려올 텐데. 소라는 저 소리를 듣지 못한다.
나팔소리가 바위를 흔들며 달빛을 흔드는 저녁. 노을이 지면 소라는 또 잠의 늑대들과 사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20250601, 심장이 터지게 달리고 나서 불현듯 소라공주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