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25
먹이를 주고 어항을 덮지 않고 잠들었다. 30여 마리로 시작된 가재 키우기 2개월 경, 하나 남은 볼케이노가 사라졌다. 모래알 만하던 것들이 새끼 새우를 닮았다가 가재모 양이 또렷 해질 즈음 볼케이노 세 마리가 남았었다. 이러다 다 죽겠다, 싶은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하나 남은 볼케이 너는 위풍당당했었다. 29마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가족이 아니었나, 먹이가 부족했나,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금세 알게 되었다. 갑각류는 서로를 먹이 삼는다는 사실을. 피 한 방울 안 흘렸으니 태연히 먹을 수 있나? 사람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잊히지를 않나?
그런 일이 내가 사는 인간세상에도 같이 돌아간다는 걸 2024년 12월 3일 보았다.
색은 붉은색, 눈빛은 반달곰, 포스는 킹크랩, 수염은 말미잘의 촉수를 닮아 정나미가 떨어졌었다.
그,
볼케이노라 사라졌다.
아빠, 가재가 안 보여, 어제 새벽에 문 앞에서 부스럭 소리를 들었는데 설마, 설마 아.
나는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녀석을 찾았다.
냉장고 아래를 비추고 소파를 들어내고, 침대밑, 세탁기 틈새, 책장사이를 한 시간 넘게 뒤지다가 문득 되진 거 아니야, 하는 말과 함께 걱정이 밀려왔다. 물 없이 며칠을 버틸까, 신발장에 있다면 언제든 으스러질 테고 하는 생각이 들며 연민이 몰려왔다. 대체 너 어디 있는 거야. 깡마른 박재가 눈앞에 아른 거렸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일어섰다. 다시, 냉장고부터 다시 뒤졌다. 주검이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좌절했다. 온몸이 땀에 젖었다. 청소하다 보면 나오겠지 그때 버리면 돼, 하는 말이 들렸다.
나는, 세면대로 달려가 찬물에 세수를 했다. 찬물로 갈아주고 먹이를 주면 누운 채로 환하게 웃으며 먹이를 게걸스럽게 먹던 볼케이노의 집게발이 그 굵고 튼실한 앞발두 개가 눈앞에 아른 거렸다. 양동이, 그래 욕실 모퉁이 양동이를 번쩍 들어 올리자 거기 볼케이노가 머를 조아리고 나를 바라보며 수염을 움직이고 있다.
"야, 아빠가 걱정했잖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2025년 2월 징거미의 추억(60초 소설. 16)으로 볼케이노의 삶을 살았던 사람. 나는 그 사람이 "볼케이노의 귀환"이라고 여겼다.
그 느낌 아니까.
볼케이노는 위풍당당하다. 이름이 화산 아닌가? 화산이 폭발하면 주변 모든 생물(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녹는다)을 녹이는 볼케이노.
다시 시간이 흘러,
2025년 6월 3일.
볼케이노가 더 단단해진 갑옷을 입고 어항을 누빈다. 나는 잘 구워진 도자그릇 1개와 동해바다에서 단단하게 여문 검푸른 조약돌 12개를 어항에 넣어주고 먹이를 한 줌 쏟아부었다.
이제는, 탈출 같은 거 하지 말고 너대로 살아봐. 삶이 버거우면 언제든 아빠한테 말해. 동해바다든 호수든 저수지든 개울이든 또랑이든 네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줄게. 울지도 말고 쉬이 웃지도 마. 그저 너답게 화산답게 그렇게 네 운명을 살아줘. 대신 나도 그렇게 살터이니.
이제는 알겠어. 삶도 죽음도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거. 성품은 타고나지만 구르고 구르다 보면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것. 결코 기도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것.
맥주와 치즈를 앞에 두고 오늘 밤은, 하얗게 지새울 요량이다.
볼케이노가 귀환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