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7년의 사랑

60초 소설 38

by 소요 김영돈

숨이 턱에 찰 때, 골 찬스가 났을 때 한번 더 힘을 내야 할 때 당신이 떠오른다. 그 미소와 장난기 섞인 말투 우리 둘만이 알 수 있었던 공기. 당신과 함께한 세월의 다섯 배의 세월, 35년간 축구를 하면서도 당신의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는다. 심판으로 뛸 때 바라본 순간들, 골을 인정할 때 반칙을 발견할 때 시간에 쫓기는 선수들의 간절함 속에 휘슬을 불어야 할 때, 가끔씩 엇나가던 당신과의 인연을 생각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당신과 맺어졌다면 내 인생의 경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당신은 짝을 만났을까? 가정을 꾸렸을까?

가정이란 무게를 지고 가는 동안 당신은 어떻게 변했을까. 잘 살고 있을까?' 바람이 전해오는 소식은 입추의 아침을 스산하게 한다.


나는, 비교적 잘 살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신이 '00 씨' 하고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나는 강철이 되곤 했었다. 비껴간 인연만큼 시간의 먼지가 쌓여, 추억은 갈색으로 변해가는데, 두 번째 30년 가을 앞에 나는 다시 여기에 서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골문을 향해 질주하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휘슬 불고 단단한 어깨와 다리를 가진 나를 미더워하며 박수를 쳐주던 당신의 실루엣이 가을에는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술잔의 7할을 차지했던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간다.

00 씨는 탁 술잔을 탁자에 놓으며 말한다.

"이제 무더위는 가고 있구나, 그 뜨겁고 습했던 여름이 가고 있구나"

그럼 다시 출발해 봐야지 가을을 만끽해 봐야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당신을 위해서라도 아프지 말아야지.


저녁나절,

선선한 바람사이로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가 또륵 또륵 귓전을 스친다.

사랑, 그 지독한 열병이 세월의 강을 넘어 다시 몰려온다


<2025.8.28. 내일 설계과정 홍성 이 00 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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