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60
백합 같은 눈매로 두 팔을 벌려 다가왔다. 휘영청 보름달, 잔설이 얼기설기 겨울을 알려주듯 팔짱을 끼고 있다. 겨울의 정점.
쌀쌀한 저녁, 눈을 감으니 두 팔이 목을 감싸며 눈 한 덩이가 목덜미에 메워진다.
"이거 먹어요"
눈은 등줄기를 타고 꼬리뼈까지 선을 긋는다. 그 선 언저리에서 명달리의 구들장이 떠오르고 탁 트인 동네를 굽어보는 미경 씨의 20대와 눈물과 허기와 그리움이
보인다.
찐빵, 캔디, 호박죽, 망개떡.
'이거 먹어요'
명달리를 지나 미경 씨의 소리통이 울리던 워커힐의 조명등. 가을 겨울 여름 봄의 굽이마다 굽이치는 그리움은 ㅇ경 씨의 곡조를 타고 명달리를 떠도는데.
속깊이 숨겨둔 침묵의 소리는 명달리 개울을 지나 산을 넘어 구름이 되어 정류장 주위를 맴돈다.
'명달리를 아시나요? 그 정류장에 다녀왔어요, 이맘때 명달리는 구들장이죠'
'명달리를 아세요? 어떻게 그 동네를'
가평에서 청평너머 상경길의 꼬부랑 길아래 동네, 서종리 지나 양수대교를 지나는 길을 떠오르게 하는 '명달리'는 그리움을 퍼올려 주었다.
'세상에나, 거길 어떻게 명달리
라니'
'그리움은 선이 끊어져도 온기와 소리는 이어지니까요'
꼬리뼈를 타고 배꼽을 지나 소리통이 열린다. 저 아득한 세월을 품은 미경 씨의 화산 같은 소리통이 겨울 햇살을 부수며 명달리로 향한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미경 씨는 목을 가다듬으며 이렇게 말한다.
'입춘이에요. 이거 들어요'
'.......'
'귀로요'
[2026.2.10.ㅅㅎ중 후문에서 미경 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