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 올 미래에는

소설 에세이

by 마리모

종이 동물원

켄 리우(지은이), 장성주(옮긴이) 황금가지


피치 못할 운명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적응하는 것뿐입니다. - 73쪽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의 원리도, 전기배선의 원리도 모르는 나로선 초전도체가 어떻고, 블록체인이 어떻고, AI가 어떻다는 세상 돌아가는 구조를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문송합니다)

하지만 밑물과 썰물을 발생시키는 만유인력의 원리를 모르고도 옛날 사람들은 갯벌에서 조개를 캐며 살아갔고, 반도체에 적용되는 양자역학의 밴드 이론을 모르고도 우리는 반도체가 들어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삶의 조건과 방식은 빠르게 변화했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할 것이다. 삶은 언제나 개개인들에게 어렵고 복잡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종이 동물원'의 켄 리우 작가는 SF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단편 소설집인 '종이 동물원'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그건 '피할 수 없음'이 아닐까.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적응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은 소설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것은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스토아 철학과 유사하다.

스토아 철학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저항하기보다는 적응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삶의 태도를 가진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니체의 철학이 떠오르기도 하고, 밖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보다는 고통을 직시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내면을 다스리는 현대 심리학과도 연결되는 개념처럼 보인다. 다만, 스토어 철학이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를 지향한다면, 이 단편집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태도는 그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인 적응이다.(그래서 마치 진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SF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가상의 세계이지만 그 안의 부조리와 억압만은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급변하는 삶의 소용돌이에서 고통받고 번민하며 허우적거리는 인물들은 현실의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가 않다. 앞에서 말했듯이 삶의 조건과 방식은 달라졌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는 얘기처럼.

때문에 독자는 켄 리우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스스로 탐구하게 된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도태되어 좌절하거나, 적응하여 살아가거나, 그것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 개개인들에게 닥쳐올 때 그 해결방법은 오직 하나,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비판하고, 거부하고, 몸부림치면서 살아가기 위해 적응(진화)하라는 재미있는 단편집이다.


저자

YouTube 영화전문채널 Darksome 등에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며, 시나리오와 소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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