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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Jan 06. 2021

곁눈질로 언론 보기

인터넷 뉴스 배치에도 의도는 있다

좋은 기사 옆에, 아쉬운 사진들.


<아시아경제>의 신년 기획이 눈에 띄었다.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20학번 이서연"이라는 제목의 기획이다. <아시아경제>는 이 기획을 통해 시대를 지나며 양상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만연한 여성혐오적 시각을 82년생, 20학번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우연히 포털에서 3편부터 보게 돼 그 후 2편, 1편을 역순으로 읽었다. 다른 언론들이 충분히 깊이 다뤄 온 주제라 신선하진 않았다. 경제지에서 어려운 접근 같아 보이긴 하나, 아시아경제는 꽤나 오래전부터 한국 넷페미 이슈에 주목해왔고, 메갈리아나 워마드 등의 목소리를 담아 왔다.


차차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데 옆의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말 인기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기 포토 갤러리'라는 제목이 붙여진 배너. 누르면 '포토/영상'으로 넘어간다. '클릭 수'가 잘 나올 수밖에 없는 여성 유명인들의 몸매가 드러난 사진을 콜라주로 정성스레 띄워 놨다. 종합 언론사들 클릭 수 대부분이 '연예' 분야에서 나오는 걸 모르지 않지만, 이렇게 좋은 의도의 기사 옆에서 저런 사진들을 발견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광고야 광고대행사들이 띄우기도 하니 넘어갈 수 있지만, 이건 의도가 다분하다. 자사의 포토/영상 페이지이니 일부러 이렇게 편집하지 않고서야 뜰 수도 없다. 인터넷 언론의 편집 시스템을 대충은 알기에, 기사마다 다르게 설정하는 게 어려운 걸 알지만… 조금만 고민하고 신경 쓰면 해결할 수도 있을 텐데. 아쉬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인터넷 언론이라도 톱기사에 무얼 올릴지, 어디에 어떤 배너를 배치할지, 어느 곳에 광고를 넣을지, 전부 의도 하에 움직인다. 인터넷 뉴스를 보는 독자든 신문을 보는 독자든, 언론사의 의도된 배치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가장 크고 두꺼운 글자로, 자극적으로 쓰인 제목에 손이 가는 게 사람 본성이고, 언론사들은 그 본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꿰고 있다.


좋은 기사 옆에 아쉬운 사진을 보고 있자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싶다. 저 단순한 그림 속에 수많은 이해관계와 목숨이 보인다.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여체를 여전히 활용하는 세상 속에서, 기사 제목처럼 '여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살기란 어려워 보인다. 얼마나 더 많은 여성이 바스러져야 세상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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