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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Feb 02. 2021

얼떨결에 코로나 검사받은 썰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무료 검사를 받았다

얼결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따지면 굳이 받지 않아도 됐는데, 설에 집에 가려고 보니 받아 두는 게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 후에 부랴부랴 검사소를 알아보니, 회사 옆인 삼성동 코엑스에 임시선별검사소가 설치돼 있었다. 지난 12월부터 무증상자도 무료로 익명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의 조치가 2월까지 연장돼 있었다. 검사 자체는 5~10분이면 끝난다고 하니 회사 점심시간을 노려보기로 했다.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검사소로 직행했다. 점심시간 직후라 직장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무증상자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꽤 오는 듯했다. 추운 날씨에도 검사소 자체는 따뜻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고생하실 의료진분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먼저 문진표를 작성한다. 익명인 줄 알았는데 이름도 써야 한다. 비닐장갑을 양 손에 끼고 이름, 생년월일, 성별, 연락처 등을 써넣는다. 가장 중요한 건 연락처다. 문자나 전화로 검사 결과를 일러주기 때문. 검진표를 쓰는 와중에 열이 난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열을 재보니 정상이어서 서로 머쓱한 표정을 짓고 조용히 검사를 받으시더라는..

코엑스 앞 공터에 임시선별검사소가 덩그러니.

줄을 서면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원통형 시료통(?)과 기다란 면봉을 나눠 받는다. 그걸 들고 검사해 주시는 의료진께 들고 가 앉았다. 검사는 두 번, 코와 목을 면봉으로 긁어 바이러스 유무를 알아보는 듯했다. 첫 번째는 코에 기~다란 면봉이 들어간다. '이게 들어가?' 싶지만 진짜 들어간다. 뇌까지 들어가는 거 아닌가 싶을 때쯤 코 안이 아리고 눈물이 핑 돈다. 엄청 아프다는 말을 듣고 조금 겁이 났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조금 아픈 주사기 정도였다. 두 번째는 혀 안쪽, 목구멍 쪽을 면봉으로 긁는다. 헛구역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그렇게 검사를 마치면 밖으로 나가면 된다.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은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10분이 채 안 걸렸다. 사람들이 좀 몰려 있어 그렇지 혼자 슝하고 지나간다면 5분 내로 마무리가 가능하다. 점심 먹고 검사소에 가고 회사에 돌아왔는데도 시간 여유가 있었다. 빨리빨리 우리나라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민관이 함께 코로나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1~2일 정도 걸린다고. 사실 결과가 빨리 필요해 급하게 받은 검사인데, 재촉할 수도 없고 재촉해서도 안 되는 것임을 검사받으며 느꼈다. 어리석게도 보이지 않는 수고로 내가 편하게 살고 있다는 감각을 항상 잊고 살지만, 이럴 때일수록 힘겹게 버티는 이들을 생각하며 고통과 아픔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결에 받은 검사지만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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