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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Apr 27. 2021

민주주의가 회사 문을 벌컥 열어 준다면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우리나라 회사들에 민주주의는 정말 요원한 것인가. 유튜브에서 주목을 받은 웹드라마 '좋소 좋소 좋소기업'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정말이지 말도 안 돼 보이는 이야기를 저마다 '내 이야기'라고 하는 건,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일 테다.


직장 내 민주주의는 그저 한두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저자도 그 부분을 지적한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만든' 나라가 아니라 '배운' 나라이다 보니, 직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군대식으로 형성되고 만들어져 가는 데도 종잡을 수가 없었던 탓이라고.

나는 보통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쓴다. 월요일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논픽션실화극'을 쓰곤 하는데, 기가 차고 말도 안 나오는 일들을 모아다가 어떤 게 더 '충격적'인지 보고 있노라면 감각이 무뎌지기도 한다. 부친상을 당했는데 사람 빠지면 안 된다고 일을 시킨다든지,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상사가 쫄래쫄래 찾아온다든지, 사장 집 김장까지 도운다든지… 군대도 안 할 만한 짓거리를 회사에서 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민주주의라는 게 정말 필요하긴 하겠구나 생각이 든다.


가벼운 인식으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면 다 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다. '우리는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 노동자를 착취하고 옥죄는 젊은 기업도 없지 않다. 앞뒤가 다른 모습에 오히려 더 현타를 겪는 직장인들이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업계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소위 '꿈 많은 청년'을 쥐어짜 자기들 목표를 이루려는 못난 인간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사실 책을 쫙 읽었지만 아직 '직장 내 민주주의'가 어떤 건지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저자도 그런 마음이었던 게 글 속에서 느껴진다. 나 또한 회사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사람으로 괜한 책임감이 생긴다. 괜찮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를 버릇처럼 입에 올리면서도 뭐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 회사라는 데 희망이 있긴 할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대접은 받고들 살아야지. 얼른 민주주의가 회사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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