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회사 문을 벌컥 열어 준다면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by 버들

우리나라 회사들에 민주주의는 정말 요원한 것인가. 유튜브에서 주목을 받은 웹드라마 '좋소 좋소 좋소기업'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정말이지 말도 안 돼 보이는 이야기를 저마다 '내 이야기'라고 하는 건,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일 테다.


직장 내 민주주의는 그저 한두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저자도 그 부분을 지적한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만든' 나라가 아니라 '배운' 나라이다 보니, 직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군대식으로 형성되고 만들어져 가는 데도 종잡을 수가 없었던 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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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쓴다. 월요일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논픽션실화극'을 쓰곤 하는데, 기가 차고 말도 안 나오는 일들을 모아다가 어떤 게 더 '충격적'인지 보고 있노라면 감각이 무뎌지기도 한다. 부친상을 당했는데 사람 빠지면 안 된다고 일을 시킨다든지,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상사가 쫄래쫄래 찾아온다든지, 사장 집 김장까지 도운다든지… 군대도 안 할 만한 짓거리를 회사에서 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민주주의라는 게 정말 필요하긴 하겠구나 생각이 든다.


가벼운 인식으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면 다 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다. '우리는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 노동자를 착취하고 옥죄는 젊은 기업도 없지 않다. 앞뒤가 다른 모습에 오히려 더 현타를 겪는 직장인들이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업계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소위 '꿈 많은 청년'을 쥐어짜 자기들 목표를 이루려는 못난 인간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사실 책을 쫙 읽었지만 아직 '직장 내 민주주의'가 어떤 건지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저자도 그런 마음이었던 게 글 속에서 느껴진다. 나 또한 회사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사람으로 괜한 책임감이 생긴다. 괜찮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를 버릇처럼 입에 올리면서도 뭐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 회사라는 데 희망이 있긴 할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대접은 받고들 살아야지. 얼른 민주주의가 회사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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