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녀서 필요한 세상이 올지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닌 것 같지만, 따져 보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내가 처음으로 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온 곳이다. 인터뷰에 들어 왔던 이사님은 내 학력과 회사, 성장 배경을 곰곰이 듣더니 "우리 회사에 적응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교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 한동대를 나와 <뉴스앤조이>에 간 '끔찍한 혼종'을 알아보지 못한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무튼 그 질문은 꽤 충격적이었고, '개신교 밖 사람들이 개신교를 이렇게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가 태극기+극우 개신교 짬뽕 집회를 진행하면서 코로나19 전파의 '선봉장'이 되자, 그 불똥(?)은 곧바로 내게 튀었다. 광복절 바로 다음 주 정기 회의에서 팀원들이 내게 건넨 첫마디는 "엊그제 교회 갔느냐"는 질문이었다. 진짜로 안 가서 안 갔다고 했는데도 농담 반 진담 반의 추궁이 이어졌다. 회사에서마저 '목사 아들'로 잡혀 버린 콘셉트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퍽 불쾌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부류의 감정이라 생경하면서도, 그동안 개신교가 사회적으로 벌여 온 '못할 짓'을 생각해 보면 '곪은 게 터졌다' 싶었다.
몇몇 개신교인이 바닥에 메다꽂은 이미지를 회복시켜야겠다고 생각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고 믿는 편이다. 일부 일부 노래하면서 우리는 잘못 없다고 선 긋기에도 이미 너무 늦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밖에서 '교회 다닌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지도 모르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논리가 왜 그렇게 점프하냐고? '교회 다니는 분들 안 받습니다'라는 종이가 식당에, 카페에, 마트에 붙어 있는 걸 보고만 있을 텐가! 채용 공고에 '개신교인 사절'이라는 문항이 들어가 있으면 어쩔 건가! 목숨 걸고 예배하겠다는 분들에게 당치도 않은 소리다.
차별금지법이 여러분의 방패막이 돼 줄 거다. 자, 100명이 넘는다는 개신교 국회의원님들을 전화 폭탄으로 괴롭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꾸물거리는 문재인 정부는 기독교를 탄압하는 공산당 정부인가' 하면서 성명서도 쓰고, 개신교차별반대국민연대·나쁜종교차별반대국민연합 등 갖가지 시민단체를 조직하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자. 이것이야말로 미래 개신교가 살 길이다. 그래야 개신교인도, 성소수자도, 장애인도, 이주민도 행복한 평등 세상이 올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목사 아들이라고 회사에서 놀림받을 일은 없을 거다. 회사 사람들 나한테 '전광훈 목사 맞냐'고 물어보는데 이거 설명하면서 자괴감 들고 괴롭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