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ADHD 의사가 되다. (2)
할머니는 어렸을 때 부잣집 딸이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자, 새어머니가 들어왔는데 할머니를 그렇게 구박하고 미워했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좋은 집 아들들한테 혼사 자리가 들어오면 모두 새어머니가 파투내 버리고, 지지리도 가난한 집에 시집을 보내버렸다고 했다. 그나마 그 가난한 집 아들은 외모가 준수한 편이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처음 본 순간 싫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의 외모와는 달리 호랑이같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할머니가 싫었다. 두 사람은 성격이 지지리도 안 맞아서 허구한 날 싸워댔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람을 피우더니 결국에는 첩을 들였다. 어머니의 사랑도, 남편의 사랑도 못 받은 채, 세상에 대한 분노만 있던 할머니는 아들 둘에 딸 둘을 낳았다. 넷 중 유난히 똑똑하고 착하고 효심이 깊은 아들. 장남이 바로 우리 아버지였다. 그리고 가장 할머니를 많이 닮았고 착했다던 큰고모는 시집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갑자기 병으로 죽었다는 큰고모의 몸 여기저기에는 멍과 상처가 있었다. 신고도 할 수 없었고 부검은 더욱더 할 수 없이 그냥 갑자기 죽었단다. 경찰과 그 집 시어머니는 큰고모의 시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서둘러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했다. 그 후 할머니는 항상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 OO이... 억울하게 죽은 우리 OO이...' 하며 울곤 하셨다. 할머니에게 남은 것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아들에 대한 집착뿐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할머니의 며느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