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환자를 살려도, 내 가족의 죽음 앞에선 무력했다

by 닥터똑순이

내과 의사가 되어 수많은 사람을 살려왔다. 하지만 정작 의대생 딸을 뒀던 아버지는 내가 본과 4학년 때 급성심근경색증으로 돌아가셨다. 기억 속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차가운 응급실 베드 위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기도 삽관마저 실패하고 홀로 덩그러니 누워계신 모습이었다. 온기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모습이었다. 이미 차가워진 아버지 앞에서 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날 새벽 '난 괜찮으니 엄마랑 같이 병원 다녀올 테니 너희들은 신경 쓰지 말고 학교 가라'는 말을 무시하고 바로 119에 신고해서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보내드렸다면 아버지는 아직도 살아계시지 않을까 계속 후회스럽다. 그날만은 말 안 듣는 딸이 될걸... 수많은 누군가의 가족을 살린 내과 의사지만 정작 내 가족의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나약한 인간이었다. 벌써 2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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