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전형 폴리매스가 말하는 공부의 의미 (2)

호르몬의 이름을 딴 동기부여

가바사와 시온은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원제: 脳を最適化すれば能力は2倍になる, 뇌를 최적화하면 능력이 두 배가 된다)를 통해, 이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도파민을 비롯한 여러 신경전달물질과 학습의 관계를 설명해 줍니다.


그는 동기부여를 ‘도파민형’과 ‘노르아드레날린형’으로 나눕니다. 간단히 말하면, 칭찬받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도파민형 동기부여, 벌 받지 않으려 공부하는 것은 노르아드레날린형 동기부여입니다.


강의PPT(엄태경.5.15)1.png

노르아드레날린은 'fight or flight (투쟁-도피)'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속에서 맹수를 만났을 때 도망가거나 싸워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하기 싫어 미뤄두던 과제의 제출일이 내일로 다가왔을 때 뿜어져 나오는 호르몬이 바로 이 노르아드레날린입니다. 이런 위기 회피형의 동기부여는 즉효성이 있습니다. 적당한 흥분과 긴장이 워킹 메모리의 활동을 촉진해 학습 효율을 높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이 장기화되면 노르아드레날린이 계속 분비되며, 지속되는 긴장 상태로 인해 워킹 메모리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결국엔 노르아드레날린도 부족해져 우울증이 생기게 됩니다.


<실전형 폴리매스가 말하는 공부의 의미 (1)>에서 말씀드린 양동이 고문에서 수감자들이 물을 흘리거나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다가, 결국 우울증, 정신질환, 자살로 이어지는 상황이 이 노르아드레날린형 동기부여로 잘 설명됩니다.


당장 벌을 받지 않기 위해 공부하거나, 아니면 공부하는 척하는 빈도가 늘어난다면 지금 당장 아이가 생각하는 공부의 의미에 대해 무겁고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부모님의 나쁜 예감대로 아이는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과목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고요. 혹은 공부의 이유는 잘 알고 있지만, 다른 문제로 잠시 공부를 미뤄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화 중에 말다툼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의 지지와 그것에서 나오는 안정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갈등을 해소하는 이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영어, 수학만으로 대학을 가는 것도 아닌 요즘 같은 시절, ‘공부의 의미’라는 어색한 주제의 대화를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해야 합니다.


공부의 과정이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목표와 더 큰 보상을 생각하며 유혹을 참는 ‘만족 지연(Delayed Gratification)’은 훌륭한 품성임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그래서 꿈꾸는 미래를 준비하는 지금이 고통스러운 시간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올 것만 같은’ 건강한 설렘 속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에 대한 내적, 외적 보상을 추구하도록 하는 도파민형 동기부여가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실전형 폴리매스가 말하는 공부의 의미 (2)> 끝.


dopamine-4646236_128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실전형 폴리매스가 말하는 공부의 의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