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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썸원즈 썬더

진짜는 시간이 증명한다

회의 시간, 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선수 치듯 누군가 근사하게 말해 버립니다. 분명 내 머릿속에 있던 건데. 누군가 내 아이디어나 공을 가로채서 주목을 받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천둥을 훔쳤다(Steal Someone’s Thunder). "


18세기 초 영국의 극작가 존 데니스(John Dennis)는 자신의 희곡 공연을 위해 기발한 소품을 개발했습니다. 구리판을 흔들어 천둥소리를 내는 장치였습니다. 이 '천둥 효과'는 그의 희곡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극장에서 공연되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자신이 개발한 천둥 효과가 사용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데니스는 격분했습니다.


"They will not let my play run, but they steal my thunder!"

"내 희곡은 공연하지도 못하게 하더니, 천둥은 훔쳐가는구나!"


살다 보면 애써 준비한 무대에서 빛을 보기도 전에 공을 빼앗기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미묘하게 '천둥을 훔치고 도둑맞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나눔의 역설>


저는 모든 강의에서 수업에서 사용하는 PPT자료를 학생들에게 배포합니다.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다른 강사님들께도 모두 공유해 드립니다. 좋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분이라면 제 자료는 단지 그분들이 인정하고 공부하는 여러 자료 중 하나이니 영광일 따름이고, 단지 자료만 탐내는 분이라면 그 자료는 절대 자신의 것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이 아무리 내 것을 가져가려 해도, 계속해서 새로운 소리, 더 크고 독창적인 천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결국 나만의 무대를 갖게 될 거라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물론 세상에는 불공평한 일들이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할 때는 제가 쓴 글을 인용 없이 자신의 책에 실은 동료 연구자를 마주한 적도 있었고, 회사에서 의리 없는 상사에게 내쳐지기도 했습니다. 노력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공을 가로채이는 경우도 물론 있었구요.


당연히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외부의 인정이나 타인의 시선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내면의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것이 제겐 더 중요합니다.


'Steal Someone's Thunder'라는 표현은 결국 '나 자신의 소리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진정한 창작자는 자신의 것을 빼앗겨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흉내 내는 이들은 잠시 주목을 받을 수는 있어도, 오래 울려 퍼지는 진짜 천둥을 만들어내진 못합니다. 진짜 천둥의 주인만이 세상을 울릴 만큼 ‘압도적인’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천둥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당신만의 소리로, 당신만의 리듬으로, 세상을 울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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