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챗지피티는 이미 업무에 쓰고 있는데 더 배워야 하나요?”
강의 시작 전 어느 60대 교수님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강의라 그런지 귀찮음과 아주 약간의 적개심도 느껴졌고요.
“채팅이나 정보 검색용 정도로만 쓰시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이렇게 말씀드리긴 했지만, 사실 그 정도면 이미 충분히 AI를 잘 사용하고 계신 것이 아니었을까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ChatGPT가 뭔지, 어떻게 가입하는지 정도, 약간의 이미지 생성으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몇 달이 지난 지금 챗봇 활용, 코딩, 웹사이트 제작, 영상 제작처럼 언뜻 봐서는 전문 직무 교육으로 보이는 강의부터, (제가 요즘 열심히 강의하고 있는) AI 활용 영어, AI 활용 글쓰기 등 AI 보다 원래의 과목에 관한 공부가 많이 필요한 융합 과정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으니 AI 도구를 매일 연습하고 가르치는 것이 익숙할 법도 한데, 이제 매일 매일 변하고 생겨났다 사라지는 AI 도구에 큰 피로감을 느낍니다. 1주일 전에 게시된 유튜브의 내용마저 이제는 다 지나간 내용이라 볼 필요가 없을 만큼, 너무나 너무나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고민 끝에 AI를 어떻게 공부하고 많은 분들께 전달해 드려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강의를 들으러 오신 중장년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소개해 드린 도구는 좀 많지만(보통 1회차에 15개 정도를 시연함), 실제로 제가 작업을 위해 많이 쓰는 건 4~5개 정도입니다. 선생님 말씀 들어보고 지금 꼭 필요하신 AI 도구를 몇 가지만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술안주'처럼 듣고 이해하는 정도로만 익히셔도 충분할 것 같아요.”
(※ 저는 챗지피티 플러스(월 20달러), 퍼플렉시티 프로(원래 월 20달러이지만, 현재 이벤트가 많아 1년간 무료로 쓰고 있음), 젠스파크 슈퍼에이전트(월 24.99달러), 구글 노트북 LM(무료버전), 영상/이미지 편집이 필요할 때는 브루, 캔바 정도를 주로 사용합니다.)
대학생들에게는 도구 자체보다 취업, 창업, 학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AI의 활용법을 가르칩니다. 사실 이 친구들은 전문적인 코딩이나 사무자동화에 관련된 심화 과정의 내용이 아니라면 도구 자체를 배우려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쓱 만져 보면 사용법을 아는 AI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은 큰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쓰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손으로 한땀 한땀 해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 같고요. 오히려 MZ들에게는 AI 까짓것 모르면 그만이지 하는 자신감도 보입니다.
지브리 열풍 이후, 8월 인공지능의 끝판왕이 될 것이라 기다렸던 ChatGPT 5, 9월엔 유명인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는 사진을 합성해 줬던 나노 바나나, 10월엔…. 모두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제의 지식이 쉽게 폐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AI를 접하지 않으셨더라도, 지금부터 공부하면 그것이 그냥 최신의 AI 지식입니다. 내게 필요한 AI만 잘 데리고 간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5070을 위한 AI 이야기]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최종 목표만 알려 주고 일을 시키면, 시작부터 끝까지 다 알아서 해 준다는 ‘에이전트’ 이야기부터 해 보려 합니다. 아직 몇 년은 더 기다려야 제대로 된 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엄태경
언어정보학 박사.
한국미래교육경영원 대표.
AI 디지털 융합 교육 전문가.
“기술보다 사람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