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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AI와 사람의 자리

Human-out-of-the-Loop의 시대

<FAQ>


Q1. 에이전트 AI란 무엇인가요?

A. 목표만 말하면 알아서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AI입니다. 우리가 챗GPT를 통해 많이 했던 것이 질문-답변 방식이라면, 에이전트 AI는 지시-완수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 주 부산 출장 준비해 줘”라고 하면 날씨 확인, 일정 조율, 호텔 예약까지 알아서 처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Genspark 슈퍼 에이전트라는 AI를 소개합니다.


Q2. 가트너(Gartner)는 어떤 기업인가요?

A. 가트너는 IT 분야의 ‘미슐랭 가이드’같은 회사입니다.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신기술이 겪는 인기의 롤러코스터를 5단계로 보여주는 ‘하이프 사이클’이라는 기술 성숙도 평가 그래프로 유명합니다.


최근 대형 서점의 AI 서적 매대에는 챗GPT 활용 같은 책 말고도 '에이전트'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표지가 많이 보입니다. 에이전트는 사람이 한마디 툭 던져 목표만 설정해 주면, AI가 알아서 다 계획하고 여러 AI 도구를 넘나들며 결과물을 내주는 '자율형' 인공지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25년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에서 AI 에이전트가 정점에 올랐고, 업계에서는 2025년을 ‘에이전트의 해’로 부르기도 합니다.


제가 많이 사용하는 AI 서비스 중 젠스파크 "슈퍼에이전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AI와의 대화창(프롬프트창)이 있고 여타의 AI와 비슷해 보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AI를 한 곳에서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고 AI끼리 그 안에서 알아서 소통한다고 하니 참으로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에이전트는 이처럼 사용자 편의성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www.genspark.ai


그런데 에이전트라는 말은 기존의 ‘자동화’라는 용어와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며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해석하고 달성을 위한 경로를 찾아간다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여러 도구를 알아서 활용하면서요.


예를 들어, 미국 주식시장의 동향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이 구글 검색창에서 관련 키워드 검색도 하고, 챗GPT를 통해 내용도 생성하고, 중간중간 내용이 의심스러워 클로드 같은 다른 AI에게 검토를 시키기도 합니다. 얼추 자료가 정리되면 요약본도 만들고, 이것으로 영상을 제작하거나 편집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어제 미국 주식시장에 관한 3분짜리 영상 제작해'라고 AI에게 한마디만 하면 검색, 생성, 영상 제작, 편집용 AI 등을 넘나들면서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뚝딱 제작한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엄청난 돈이 오가는 AI 분야에서 무언가의 윤곽이 너무 매혹적으로 들릴 때면, 그 안의 공백 역시 만만치 않게 크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비즈니스의 논리에 찌들어 있는 AI에 관한 선언들은 늘 색안경을 끼게 합니다.


"2025년은 AI 에이전트의 해(year of agents)가 아니라 에이전트의 10년(decade of agents)이 시작된 해다.“


오픈 AI의 공동창립자 안드레이 카르파시(Andrej Karpathy)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AI가 여전히 많은 면에서 부족하며, 어쩌면 투자 유치를 위한 감상적 선언에 가깝다는 것이죠. 그의 말이 지금의 AI와 에이전트에 관한 과장된 분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는 좋은 의미의 '찬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 안드레이 카르파시는 에이전트 기술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지적한 것일 뿐, 장기적으로는 에이전트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DwarkeshPatel


가트너는 2027년까지 에이전트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하며 '에이전트 워싱(Agent Washing) 현상'이 시장 전반에 번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는, 친환경 상품을 판매하는 척하는 가짜 환경 마케팅을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했는데, 단순 챗봇을 마치 똑똑한 AI 에이전트처럼 포장해서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현상을 일컫고 있습니다.


이제 2025년을 'AI 에이전트의 해'라 말하는 것은 특히 저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확실한 과장, 아니면 그냥 앞으로의 삶과 큰 관련이 없는 선언이 되어갑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가뜩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AI를 배워보려고 하는 중장년층들에게 점점 불안감만 주는 과장된 정보들이 앞으로도 계속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Human-in-the-Loop(인간 참여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인간의 감독과 판단 아래 움직이는 협업 파트너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래야 AI가 사람을 돕는 기술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인간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Human-out-of-the-Loop라는 이 글의 부제처럼요. AI끼리 소통하고 사람은 뒤로 물러나 있는 이 이상한 구도는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저의 아바타가 저도 모르는 내용을 떠벌리고 다니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에이전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인간으로서 전혀 아쉬울 것 없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듯합니다.



언어정보학 박사 엄태경


한국미래교육경영원 대표

AI 디지털 융합 교육 전문가

"기술보다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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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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