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의 목적이 고기였다니...
그 일이 있기 전까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었다. 나와 비슷한 크기의 돼지들이 가득 찬 좁은 우리. 각종 오물이 뒤섞여 나는 지독한 냄새.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 질퍽하게 깔려 있는 똥들. 온몸에 똥칠을 한 채 살을 부대끼고 있는 돼지들. 그래도 늘 가득 차있는 사료 덕분에 배가 고픈 적은 없었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봐왔던 세상, 늘 맡던 냄새, 매일 먹는 같은 사료로 인해 내 인생은 따분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불만족스럽지도 않았다. 무더위가 푹푹 찌던 여름, 한낮의 끔찍했던 더위가 주춤하는 초저녁 무렵에 주인집 막내아들이 촐랑거리며 돼지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방금 저녁을 먹고 왔는지 입술에 기름이 번들거렸다. “야, 이거 먹어”라며 사료통에 무언가 툭 던져놓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짧은 호흡으로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보았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역한 냄새가 코를 지나 뇌리에 박혔다. 이미 구워진 고기라 냄새가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그건 분명 나와 같은 돼지의 살 냄새였다. 화들짝 뒤로 물러섰고, 그 바람에 내 뒤에 누워있던 다른 돼지의 발을 밟았다. ‘꾸에엑’ 녀석은 죽는다며 소리를 질러댔고, 조용하던 축사에 소동이 일어났다. 돼지들은 너도나도 겁에 질려 목청껏 소리를 질러댔다. 주인집 막내아들은 시끄럽다고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나와 막내아들의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돼지 녀석이 사료통으로 잽싸게 다가가 그 고깃덩어리를 단숨에 먹어버렸다. “아… 안돼. 그걸 먹으면…” 나의 외마디 외침은 다른 돼지들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