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봄철에 오는 비. 특히 조용히 가늘게 오는 비를 이른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한가로운 주말 아침.
분리배출할 거리를 준비하고 집 앞에 내어놓던 중,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봄비였다.
특히나 요즘같은 날,
누군가는 간절히 바랐을 비.
또 봄 온도가 자리 잡은 모처럼의 주말인데,
나들이를 계획했던 사람들에겐 아쉬울 비.
벚꽃잎은 이제 막 만개했는데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한 알 한 알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아직 피지 못한 꽃들에겐 너무나도 달콤하겠지.
나는 비를 좋아한다.
물론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서 출근해야하는 상황은 누구라도 싫겠지만.
비 오는 날의 분위기가 좋다.
해가 떠있음에도 그리 밝지 않은, 그렇다고 밤처럼 어둡지는 않은.
혹자는 우중충하다고도 얘기하지만 나는 그런 우중충함이 좋다.
창문에 맺히는 물방울이 좋다.
땅바닥으로 떨어질 운명인 녀석들이 우연찮게 내 눈 앞에 멈춰있는 것이 좋다.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다.
타닥타닥. 불 지피는 소리 같기도 하고,
쏴-하고 쏟아질 때는 샤워하듯이 시원한 감정도 든다.
봄비 오는 날의 그 습도가 좋다.
적당히 선선한 날씨에 비가 내리면 개운하고 촉촉한 습도가 된다.
고온다습하지 않은 그 개운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