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를 읽고
책의 맨 앞에 적혀있는 “믿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라는 글귀가 가장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문구를 읽고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들이 과연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의문이 생겼고, 이 책을 통해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에 놀라움을 느꼈고 익숙한 것들에 대해 질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1. 내가 옳다고 여긴 것들에 대하여
친숙함과 긍정적인 감정은 이른바 인지적 편안함을 증대시키고, 사람들은 이러한 인지적 편안함을 바탕으로 생각을 가공한다. 즉 어떤 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경우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진실에 대한 착각을 촉진시킨다. p.47
친숙함의 감정은 좋은 기분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고 한다. 친숙함이 가진 힘은 정말 크다고 느꼈다. 내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친숙함이 나를 좌우했음을 깨달았다. 매장에서 물건을 고를 때, 시험장에서 모르는 문제를 찍어야만 할 때 등등 한번이라도 더 듣고 본 것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가졌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선택에 대해 편안함의 감정을 느꼈고 옳은 판단이었다고 확신에 차곤 했었다. 이렇게 작은 일상의 순간에서도 착각의 감정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 착각의 감정은 개인의 작은 일상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인 사건들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잘못된 정보를 계속해서 듣고 이를 옳다고 부추기는 집단의 힘이 커질수록 이 잘못된 정보에게 친숙함을 느끼고 진실이라고 믿게 만든다. 어처구니없다고 여기는 비상식적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반복과 친숙함은 이를 뒤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다. 사람의 감정과 판단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봄으로써 합리적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것임을 체감하게 했다.
2. 나를 보호하기 위한 확신
삶과 개인의 인생사는 수많은 오류와 실수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삶에서 상당히 중요한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p.122
개인적으로 요즘 가장 문제되는 것을 뽑으라면 ‘가짜뉴스’를 뽑을 것이다. 가짜뉴스가 사실인 것처럼 널리 퍼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를 믿는 집단이 많아진다는 것 또한 큰 문제이다. 이들은 유튜브 등과 같은 영향력 있는 매체를 통해 자신이 믿는 잘못된 오류를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이에 반박하는 사람들에겐 역정을 내며 절대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이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신념에 대해 의문을 품곤 했다.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그리고 방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믿어왔던 것들에 대해 쉽게 태도를 바꾸려하지 않는다. 이게 틀어질 시 자신의 정체성,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뒤엉키기 때문이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막는 인간이 범할 수밖에 없는 오류를 이해했다.
3. 다수로부터 오는 안정감
특히 나만 사태를 다르게 보는 것은 아닐까,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닐까 하며 갈팡질팡할 때에는 다수의 입장을 따르게 된다. 우리의 이념과 사고, 견해는 마치 병을 옮듯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염되고, 이렇게 전염된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옮긴다. p.233
다수에 속해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들과 하나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래야 내 선택이 옳은 것임을 스스로에게 안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단’, ‘공동체’, ‘우리’가 강조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심화된다고 생각한다. 다수와 동떨어진 입장은 유난이고 별난 것으로 취급된다. 이 불편한 상황을 해소하고자 사람들은 다수에 스며들어가고, 다수가 되고자 생각을 전염시킨다.
이 같은 상황이 위험한 것은 다수가 곧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수에 부합한 사회적 관습이 형성되고, 윤리적인 것이 되며, 법으로 제정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획일적인 사회를 일구게 될 것이다.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이 ‘다수’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꿈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오류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판단에 대해 경계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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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를 읽고 나 역시 얼마나 감정에 지배당해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한 것을 찾아 안정감을 갖고, 굳어진 사고에 더욱 박차를 가했으며, 다수에 속해 왠지 모를 든든함을 느껴왔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모든 사례가 내가 한번쯤 경험해본 이야기 같아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비판적 사고, 유연한 감정, 이성적 판단 등을 할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으나 나 역시 감정이라는 막대한 힘을 가진 아이에게 휘둘리고 있었는지를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미완성된 존재인 ‘인간’이므로,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행동과 선택이 무조건적으로 옳고 정당한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떨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갖게 된 심리적 통찰의 시간은 나를 성찰하게 했으며 지혜로운 판단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경계해야 함을 일깨워 주었다.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 합리적 개인이 되기 위한 16가지 통찰 -
지은이
세바스티안 헤르만
옮긴이 : 김현정
출판사 : 새로운현재
분야
인문/교양일반
규격
140*205(mm)
쪽 수 : 292쪽
발행일
2020년 1월 2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297-0578-5 (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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