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를 읽고
저자는 직장인이면서 판다를 그리는 화가이다. 직장인과 화가의 조합이라니, 두 가지의 일을 병행하는 삶이 궁금해졌다. 직장인이라면 똑같은 나날을 살아갈 것이고 다른 특별한 것에 몰입하기 쉽지 않은데, 그림 그리는 행위가 행복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또한 많은 동물 중 왜 판다에 푹 빠지셨는지에 대한 이유도 궁금했다. 이런 무수한 궁금증으로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를 펼쳐들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는 묵묵한 판다
저자는 우연하게 다큐멘터리에서 판다를 만났다. 동글동글하고 순해 보이는 인상을 가졌지만 그 누구보다도 독립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판다는 묵묵히 혼자 대나무를 오랫동안 씹어 먹고, 여유롭게 산책도 즐기며, 나무 위에서 곤히 잠들고 내려오기도 한다.
저자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데, 이런 판다의 독립적인 모습에 충격을 먹었다고 한다. 항상 타인을 위해 참고, 인내하고, 버티는 것이 전부였던 저자는 판다에게 푹 빠지게 됐다. 그렇게 판다를 향한 마음을 그림으로 풀어냈다. 닮고 싶은 모습을 하나 둘 그리다 보니, 저자도 판다의 삶을 조금이나마 따라가게 됐다고 한다. 혼자가 어색하고 두려웠던 과거를 이겨내게 됐다.
나 역시 저자의 성격과 비슷해서 마음을 많이 투영하면서 읽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나의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많이 신경 쓰고, 불편함을 느껴도 표현하지 않는 마음. 좋은게 좋은거다라고 마음을 다스리며 지내오던 나날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런 마음들을 떠올리며 저자의 판다 그림을 감상했다.
담담히 편하게 있는 판다의 모습, 안락해 보이는 표정, 혼자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느긋함. 이 모든 모습들이 묘한 안정감을 선사한다. 분주함을 내려놓고 여유를 즐겨도 괜찮음을, 다른 이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작품 속 배경은 마치 꿈처럼 넓은 들판, 함께 누워있고 싶은 포근한 구름, 아름다운 꽃밭 등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절로 미소를 띠게 만든다. 어떤 편안함과 환상적인 감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읽고 보는 내내 눈이 행복한, 그런 그림들이었다.
어른도 용기가 필요해
어른이라고 해서,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저절로 용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거절을 못하고 불편한 감정을 표현 못했던 아이는 특별한 계기나 결심이 없는 한 그대로 크는 것 같다. 그래서 용기를 갖기 위해 무진장 노력해야한다. 어른이면 당연히 용기가 생기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말하고 표현하기 위해 연습해야하고 움직여야 한다.
저자 역시 품격 있는 거절을 연습하라고 말한다. 회사 생활을 하며 갑작스런 회식이 잡히거나, 가고 싶지 않는 자리가 생길 수 있다. 이전에는 그것을 다 거절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정중하게 거절할 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무례하지 않은 거절은 나와 상대방의 시간을 모두 소중하게 여기는 존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말에 나는 크게 동감하며 거절에 대한 용기를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에선 매일이 신입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실수하고 능숙하지 못한 나를 마주할 때면 좌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를 끝없이 다그치고 몰아세우며 우울감에 압도된다. 어쩌면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때는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할까, 다 큰 어른임에도 나를 달래야하는 방법에 서툴다.
저자는 직장생활을 17년동안 지속해온 베테랑 과장이다. 하지만 화가의 세계에선 많은 작가들의 도움이 필요하여 다시 신입으로 돌아온 것만 같다고 한다. 화가 생활을 지속하다가 직장에 돌아오면 마치 혼자 척척 잘해낼 것 같지만 여기서도 많은 선후배들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한다. 인생은 모두가 처음 살아보는 것이니,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야 하는 신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마음은 나를 참 가볍게 만들었다. 모두가 처음 사는 인생일 텐데 도움을 청하고 배워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했다. 어리숙함과 어색함이 나쁜 것은 아닌데,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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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는 직장인과 화가의 삶을 병행하는 저자의 이야기였다. 직장인인 나는 저자의 삶에 많은 동감을 했고 비슷한 상황과 성향에 매우 큰 위로를 받았다. 더불어 함께 실린 저자의 작품들은 평온하고 안정적인 마음까지 함께 선사해 주었다. 하나의 큰 위로 선물세트를 받은 느낌이다. 잘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에서 오는 고난임을 받아들이게 됐고, 이 위로를 통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저마다의 벅찬 하루를 보내는 모두에게, 이 책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