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하찮음. 천재견 봄이

by 명연재

부근에 늘어져 있다가 쓱 하고 몸을 일으킨다.


비장하게 자세를 잡고 뒷다리를 웅크리면, 하얀 배변 패드 위로 노란 액체가 쏟아진다.


일을 마친 뒤에는 조심스럽게 뒷발을 들어 피해가는 세심함까지.


돌아서는 발걸음은 그야말로 위풍당당, 우쭐우쭐 그 자체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과업을 완수했다는 자부심이 온몸에 가득하다.


똥꼬발랄한 걸음으로 다가와 커다란 두 눈망울을 내 눈에 맞춘다.


'자, 이제 나를 칭찬할 시간이야. 안 그러면 배신이지.'


눈도 못 뜨고 제 다리로 서지도 못하던 핏덩이 시절에 봄이를 처음 보았다.


그게 벌써 5년 전이다.


5년 차 비숑 봄이가 그간 익힌 가장 치명적인 특기는 바로 이 "배변 패드에 오줌 누기"다.


물론 놀라운 특기가 하나 더 있긴 하다.


"앉아, 엎드려, 기다려, 먹어."


가끔 성공하긴 한다.


지켜보고 있으면 명령어를 이해했다기보다는....,


순서가 종종 꼬인다.


아무래도 간식을 얻어먹기 위한 '합격 루틴'을 통째로 외운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다른 집 개들은 천재적인 개인기도 선보인다지만, 우리 집 5년 차 천재견 봄이의 수준은 이 정도다.


하지만 남들이야 어떻든, 위풍당당하게 다가오는 봄이를 마주하면 나는 속수무책이 된다.


그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이길 재간이 내게는 없다.


결국 머리를 쓰다듬으며 간식을 건네고 만다.


"아유, 잘했어. 우리 봄이!"


그 "치명적인 하찮음"이란, 정말!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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