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마무리, 내일의 에너지. 하이볼 한 잔

by 명연재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안을 대강 정리하고 나면 시계는 어느덧 9시 언저리를 가리킨다.


그대로 하루를 보내기엔 왠지 모르게 서운하다.


예전의 나라면 운동 가방을 챙겨 헬스장으로 향하거나,


억지로라도 책장을 넘기며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려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 모든 것이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평일은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에 감사하고,


"내일 또한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의 의미를 조금 더 보태면 좋겠지만,


억지로 힘을 쥐어짜다 보면 결국 건성으로 시간을 때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짜증이 나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다가도,


이내 고개를 젓는다.


그저 이만하면 충분히 잘 해낸 하루라고.


스스로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 내게 요즘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바로 "하이볼"이다.


위스키와 토닉워터, 얼음과 레몬즙.


이 네 가지 재료만 있으면 1분 만에 근사한 한 잔의 힐링거리가 완성된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위스키 양을 조절하거나 탄산음료의 종류를 바꿀 수도 있다.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옅게 퍼지는 위스키 향과 탄산이 주는 청령함, 그리고 시원한 목 넘김.


누군가와 섞여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자리 대신, 나는 취침 전 이 한 잔의 하이볼로 나를 채운다.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한 잔의 하이볼이 주는 여유.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내일을 준비할 힘을 얻는다.


p.s. 요즘 나는 처제가 선물해 준 이탈리아 산 아페롤(Aperol)을 원천 술로 사용한다. 하이볼을 만들면 영롱한 오렌지빛이 마지 속삭이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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