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흔적

by 명연재

2026년 새해를 맞이하며 새롭게 시작한 루틴이 하나 있다.


계기는 우연히 시청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모세 이야기>였다.


거대한 운명 앞에서 고뇌하고 결국 길을 찾아내는 모세라는 인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고,


내 삶도 그를 조금이나마 닮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성경의 ‘출애굽기’를 영어로 암송하기로 결심했다.


오늘까지 3장 4절까지 외웠다.


주중에는 매일 2~3절을 외우고, 주말에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1장 1절부터 다시 복습한다.


그런데 암송을 하다 보니 1장 2절에서 4절 사이에서 낯선 이름들의 행렬을 마주하게 되었다.


르우벤과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와

잇사갈과 스불론과 베냐민과

단과 납달리와 갓과 아셀이요


이미 짐작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들은 훗날 이스라엘의 12지파가 되는 야곱의 아들들의 이름이다.


입안에서 맴도는 이름들을 읊조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 이름들은 대체 어떤 순서로 나열된 걸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찾아보니 그 속엔 야곱의 복잡한 가족사가 담겨 있었다.


야곱에게는 네 명의 아내—레아와 라헬, 그리고 그들의 여종이었던 실바와 빌하—가 있었는데,


출애굽기 초반에 등장하는 이름의 순서는 철저히 어머니의 '우선순위'를 따르고 있었다.


레아와 라헬, 그리고 여종들의 소생 순으로 기록된 것이다.


야곱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두번째 부인인 라헬이었다.


하지만 성경의 기록은 감정의 깊이보다 당시의 질서와 계보를 먼저 앞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점은 성경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은 "요셉"과 "베냐민"이라는 것과


바로 이들이 야곱이 가장 사랑했던 라헬의 아들이라는 사실이다.


낯선 이름을 읊조리다 머나먼 성경 기록 속에서 지금껏 명징하게 드러나는 사랑의 흔적을 만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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