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PM과 못하는 PM의 결정적 차이
필자도 이제는 회사 몇 군데에서 PM으로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지금까지 같이 일하거나 옆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PM들만 해도 대략 100명 즈음 되어가는 것 같다. 물론 이들 중 대부분은 평범했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고성과를 내어 각종 아티클에도 단골로 출연하기도 했으나, 다른 일부는 평판이 나빠 힘들어하거나 다른 직무를 찾아가기도 하는 등 그 스펙트럼이 넓다.
이 지점에서 문득 궁금한 점이 들었다. 그렇다면 잘하는 PM과 못하는 PM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나아가 잘하는 PM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하는 데에 있어 모호성을 제거하는 것은 PM의 기본 소양 중 하나다. 그렇기에 '잘하는 PM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그것에 대해 답하기 이전에, '잘하는'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먼저 답해야 한다.
잘하는 PM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커리어 상의 회사 네임밸류 내세울만한 성과를 보유한 사람 등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이러한 외적 요소 역시 중요하다. 서류를 검토하다 보면 회사의 네임밸류나 보유 성과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어쨌거나 서류나 첫인상 단계에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
그러나 당연히 좋은 회사를 다닌다 하더라도 그 회사 내 PM들에서도 잘하는 PM과 못하는 PM이 나뉜다. 즉 좋은 회사에서도 못하는 PM은 있다. 좋은 회사가 잘하는 PM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또한 과거에 숫자상 좋은 성과를 낸 PM이라도 그것이 미래에도 좋은 성과를 보여주리란 보장은 없다. 과거의 고성과가 PM 자체의 실력이 아닌 좋은 업황, 뛰어난 비즈니스/마케팅팀의 역할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각보다 프로덕트가 비즈니스팀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좋은 회사와 좋은 성과를 보유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잘하는 PM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주변 PM들을 지켜보거나, 협업할 때를 보면 꼭 이것이 '잘하는 PM'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것 자체가 회사 입사할 때는 유리한 요소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입사 이후의 승진이나 연봉협상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잘하는 PM이란 무엇일까.
여러가지 답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잘하는 PM이란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한 평판을 보유한 PM이다.
PM으로 일하다 보면 팀원으로서, 동료로서, 그리고 부하로서 다양한 PM들과 협업할 때가 있다. 현직 PM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인데, 이들과 협업하다 보면 어떤 PM은 일처리들을 능숙하게 진행하여 그야말로 모든 일을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PM이 있는 반면, 어떤 PM은 영 미덥지가 못해 어떤 일이 필요한지를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거나 주기적으로 회의체를 만들어 일정과 진행사항을 꾸준히 체크해야 마음이 놓이는 PM들도 있다.
대개 이런 협업을 몇 번 거치다 보면 전자를 잘하는 PM이라 부르고 후자를 못하는 PM이라 부른다. 또한 이것저것 친하게 지내다 보면, 놀랍게도 내가 느꼈던 그 PM의 실력에 대한 생각을 다른 협업자들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곧 회사 내 그 PM에 대한 평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 건의 협업이나 업무에서 좋은 평판을 쌓게 되면 결국 '이 PM은 일을 믿고 맡겨도 되겠다'라는 평판까지 가지게 된다.
PM 입장에서 좋은 평판을 한 번 획득하게 되면 매우 유리하다. 우선 아무래도, 회사 내에서 곁가지 과업이 아닌 핵심 과업들을 맡게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리소스도 충분히 할당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실행/결과의 성과들도 많이 만들 가능성도 높아지고 이것은 곧 좋은 평판으로 이어진다. 즉 선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것이다.
나쁜 평판의 경우 완벽히 반대다. 회사 입장에서 영 미덥지 못하다 보니 곁가지 과업들 위주로 맡기게 되고, 항상 리소스 부족으로 고통받는다. 그러다 보니 소소한 성과는 낼 수 있어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법한 큰 과제는 진행할 기회가 많이 없다. 곧 평범하거나 저조한 성과로만 이어지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다. 이런 경우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큰 이벤트가 본인의 과업에서 일어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상황에 계속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회사 내에서 '잘하는 PM이란 내가 얼마나 팀원들로부터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가 증명되는지'에 대한 평판을 획득했는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 대상은 단순히 나의 리더 뿐만이 아닌, 함께 협업하는 동료들이나 팀원들까지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잘하는 PM과 못하는 PM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필자는 이전 글에서 PM의 역량은 다항식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해당 제품에서의 PM의 역량 = multiple(aX+ bY + cZ …)
PM의 역량을 높여주는 것에는 정말 다양한 요소가 있다. 분석적 사고, 툴 사용 능력, 글쓰기 능력, 데이터 분석 능력, SQL, 코딩,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등... PM의 업무는 art에 가깝기 때문에 그야말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PM의 역량에 조금씩은 연결되어 있다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다 잘해야 '잘하는 PM'이 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섣불리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저런 스킬셋들을 다 갖추지 못해도 결국에는 좋은 성과를 내는 PM이 있는 반면, 좋은 학벌에 화려한 언변, 좋은 스펙을 가져도 매번 변변한 성과만 내는 PM이 있다.
필자는 이 결정적인 차이를 '실행력'이라 생각한다.
잘하는 PM은 실행력이 강하다.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회피하지 않고 마주한다. 그리고 작든 크든 액션을 조금이라도 실행한다.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일단 실행한 다음 그 뒤에 결과를 본다.
반면 못하는 PM은 실행력이 없거나 약하다. 새로운 문제나 과제가 있을 때 실행이 늦다. 이것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다.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나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을 피하려 하다 보니 분석 작업을 하는 데에만 긴 시간을 쏟는다. 이러한 유형에서 자주 발견되는 현상 중 하나는 긴 분석 자료나 보고서를 만드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문서는 아무도 읽지 않는다.(공유해도 좋아요만 몇개 박힐 뿐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을 해야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 실행이 성공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분석과 생각만으로는 조금의 인사이트는 얻을 수 있어도, 절대 실제의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 실제의 운영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그마한 제품이나 피쳐라 하더라도 일단 내보내보는 것이다.
잘하는 PM들은 이러한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새로운 문제, 과제가 생겼을 때 모르는 영역이 있다면 모르는 영역을 없애기 위해 실행한다. 간단한 분석을 통해(아무리 길어도 2-3일을 넘지 않는다) 전체적인 윤곽과 감을 잡고 대략적인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그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기 위해 빠르게 피쳐를 배포(1-2주 내)하고 결과를 본다. 운영 데이터 획득에는 배포 시점부터 대략 1주일이 걸린다.
물론 많은 경우 처음에 세운 가설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 부족한 정보로 인해 시장에 먹히지 않는 피쳐를 배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실제 운영 데이터를 얻는다. 이 운영 데이터로부터 고객은 어느 지점에서 이탈했는지, 왜 사용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들을 얻는다. 나아가 이탈한 고객들을 찾아가 왜 사용하지(구매하지) 않는지에 대한 리서치를 실행할 수도 있다. PM은 이 과정에서 내가 처음에 세운 가설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캐치할 수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한두 번의 피쳐을 더 배포한 다음 올바른 방향을 거의 대부분 찾게 된다.
잘하는 PM의 패턴을 복기해보자. 이들은 새로운 문제를 접했을 때부터 첫 운영 데이터를 획득할 때까지 길어야 한 달이다. 간단한 웹 배포만으로도 가능하다면 1-2주만에 결과를 낼 수 있고, 정말 빠르게는 하루이틀만에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2-3번의 이터레이션이면 모두가 꽤 만족할 만한 방향성을 찾게 되고, 비슷한 속도로 갔을 때 2-3개월 내에는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너무 희망적인 방식으로만 생각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최종 실행의 결과가 좋지 못해도 괜찮다. 몇 번의 이터레이션을 돌았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했을 때는, 그것대로 팀에 공유하면 된다. 실제의 실행 및 운영 데이터를 가지고 이 아이템을 하지 말하야 하는 이유에 대한 강력한 근거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이것으로 리더십 팀과 조율하는 자리를 가지면 된다. 이 때부터는 더 큰 방향성의 문제이고, 리더십 팀에서 빠르게 방향을 수정할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야할 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든다. 어느 쪽이든 PM에게 큰 문제는 없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실행의 중간중간 결과물에 대한 공유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위 리더 역시 중간 이터레이션 결과물들을 지속적으로 공유받고 이것에 대한 피드백을 몇 차례 준 상황일 것이므로, 그 역시 이 아이템이 더 이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사실에 대한 사전 공감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못하는 PM의 사례를 보자. 위에서 말했듯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분석 중독이다. 실행 방안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분석에 분석을 더한다. 문제는 분석을 계속할 수록 방향성이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해서만 더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발견될 때마다 추가적인 분석을 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은 실제 운영으로 얻은 본질적인 데이터가 없으므로, 본질적인 분석도 불가능하다.
분석만 계속하다가, 실행 계획을 가져와야 하는 시점이 다가올 때에 가서야 어거지로 실행안을 한 두개 생각해서 가져간다. 당연히 틀린 실행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 입장에서는 실행안이 탐탁지는 않지만 그래도 옵션이 없으므로 일단 실행한다.
분석에 공을 들인 만큼 요구되는 스펙 역시 크다. 최소 반기에서 1년 정도를 투자해야하는 스펙인데, MVP를 중심으로 스펙을 쳐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 분기 정도는 투자해야 하는 스펙이 나온다. 이대로 개발팀은 개발에 들어간다. PM과 회사 입장에서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과업이다 보니 성공할 과제가 아닌 실패해서는 안되는 과업이 되어버린다.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다. 원인은 잘하는 PM의 사례와 똑같다. 실제의 운영 데이터가 아닌 부족한 정보를 대상으로 한 분석으로만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다. 빠르면 몇 주, 길어야 한 달의 리소스만 투자해 실패했을 때와, 분기 내지 반기를 투자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차원이 다르다. 전자는 소중한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몇 번의 이터레이션을 추가로 돌릴 수 있지만, 후자는 이미 큰 비용이 투자된 만큼 이 아이템을 계속해야 할 강한 단서를 가지지 못하면 좌초될 위험이 크다. 그리고 대개 결과에 대한 책임은 PM이 진다.
다시 말해 필자가 봐왔던 잘하는 PM들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공통점은 실행력이다. 이들은 생각의 시간을 길게 가져가지 않는다. 대개 다음과 같이 일한다.
1. 새로운 문제 또는 과제를 마주한다.
2. 문제/과제의 속성을 빠르게 분류한다.
3. 최초의 가설을 수립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정보를 획득한다.
4. 최소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 검증을 위해 가장 비용이 낮은 액션을 실행한다.
5. 액션의 결과로 얻은 러닝을 바탕으로 가설을 보완하고, 후속 이터레이션을 수행한다.
6. PMF를 찾았다면 제품의 규모를 키우고, 찾이 못했다면 방향을 전환한다.
풀어야 하는 문제가 명확히 정의된 것이 아니라면(예컨대 회원 체계 수정이나 결제 시스템 도입과 같은 플랫폼성의 작업들), 잘하는 PM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렇게 일했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생각의 시간을 길게 가져가지 않는다. 1번부터 4번까지의 과정에 아무리 길어도 2-3주를 넘기지 않고, 최초의 결과를 획득하기까지 1달을 넘게 가져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성향과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또 하나의 특징으로, 이들은 매사 긍정적인 방식으로 사고한다. 문제를 풀 때 얻은 여러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안될 이유 100가지를 찾는 것보다 강력한 되는 이유 1가지를 찾는 것에 집중한다. (근거 없는 낙천과는 다르다) 이를 바탕으로 실행하고 얻은 러닝을 바탕으로, 되는 이유 1가지로부터 무수히 많은 기회 영역을 만들어간다.
못하는 PM은 반대다. 정보에 정보만 모으다 보니 실행이 더디고, 과거 사례들로부터 될 이유보다는 안될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미래의 결과를 갖기 위한 새로운 사고보다는, 과거에 이거 해봤으니 안될거야라는 부정적 사고에 갇힌다. 과거의 모든 리스크들을 들먹이고, 그 모든 리스크들을 보완하기 위한 기획 작업에 몰두한다. 그러다 보니 엣지 있는 가설은 만드는데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는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평범한 솔루션을 내는 것에 집착한다.
즉, 잘하는 PM이 되는 데에 중요한 것은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 실행하고 -> 결과를 만들어내는 역량이다. 보면 알겠지만 여기에는 천재적인 지능이나 사고력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티튜드에 가깝다. '빠르게 실행하여 조금이라도 결과를 얻어본다'는 기본적인 매커니즘만 이해하고, 몇 번의 사이클을 경험해보면 누구나 얻을 수 있은 역량이다. 일본의 컨설턴트 출신인 우치다 카즈나리가 지은 '가설이 무기가 된다'라는 유명한 저서는 이를 가설사고라 칭하며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요소라 말한다. 즉 누구나 잘하는 PM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이제 다시 한 번 질문하겠다.
풀기 어려운 문제를 새롭게 마주하고 있다고 해보자. 이 문제를 어떻게 풀겠는가? 단 하나의 리스크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많은 정보를 얻고 탄탄한 기획서를 만드는 데에 힘을 쏟겠는가, 아니면 필요최소한의 정보만 얻은 후 빠른 가설과 실행을 통해 문제를 검증해 나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