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여캠이 산다 09

by 전우진

자. 여러분 오늘은 10,000배 매운 마라탕 먹방입니다.


내가 방송을 켜자 수많은 사람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방송을 켜기 전에 유튜브로 인기 높은 스트리머를 검색하여 조회 수가 잘 나온 콘텐츠를 기록해 놓았다. 오늘은 그중에서 매운 음식 먹기 첼린지를 준비했다. 우선 마라탕 순한 맛을 시키고 영수증에는 1,000배 매운맛으로 찍혀 있도록 조작을 했다. 그런 뒤 캡사이신 소스를 사서 다 버린 뒤 케첩으로 바꿨다. 그리고 너무 매운 척 연기를 하며 마라탕 먹방을 시작했다. 내가 마라탕 한 숟가락을 먹을 때마다 호들갑을 떨며 매운 척을 하자 사람들은 너무 좋아했다. 후원금 만 원과 함께 남자가 그 정도도 못 참냐? 라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나는 형님! 만 원 감사합니다. 제가 남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며 준비해놨던 캡사이신 소스 통에 들어 있는 케첩을 마라탕에 쭈욱 뿌렸다. 그러자 채팅창에는 난리가 났다. 나는 마라탕을 크게 한술 떠서 겁먹은 척 우물쭈물했다. 그러자 후원이 막 들어오며. 빠끄빠슝 가즈아. 형. 참아. 그거 먹으면 죽어. 그거 한 방울만 넣는 거야. 남자로 죽는 것도 멋있다. 못먹쥬? 킹받쥬? 그런 메시지들이 떴다. 나는 괜히 무서운 척하다가 눈을 딱 감고 마라탕을 마구 먹어댔다.


와아! 대박!


마라탕은 당연히 맵지 않았다. 그러나 캐첩을 넣었더니 맛이 역해졌다. 그 덕분에 오히려 연기하기는 좋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폴짝폴짝 뛰며 같이 배달 온 쿨피스를 입에 들이부었다. 사람들은 채팅창에. 하남자 특 매운 거 먹고 쿨피스 꼭 마심. 쿨피스는 반칙이지. 그런 글을 썼다. 나는 괜히 억울한 척하며. 형님들 이거 드셔보세요. 쿨피스 없이 이걸 어떻게 먹어? 와. 진짜 너무하네. 좋아. 그럼 오늘 후원금 30만 넘으면 나 마라탕 완샷함. 오키? 내 말이 끝나자 곧바로 후원금 50만 원이 들어왔다. 아니 누가 마라탕 먹는 거 구경하려고 50만 원을 쓰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 생각할 때가 아니다. 스트리머가 성공하려면 무조건 선은 넘고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유튜브에서 봤던 게 떠올랐다. 나는 마라탕에 다시 캡사이신 통에 있는 케첩을 쭈욱 짜 넣었다. 빠끄빠슝 너 그러다 죽어. 오늘 막방이냐?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쟤 자살하려나 보다. 같은 채팅이 계속 올라왔다. 간혹 후원금을 보내며. 먹지 말라는 메시지도 들어왔다.


형님들. 갑니다. 가즈아아아!


나는 마라탕 그릇을 통째로 들고 국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흥분해서 채팅창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스크롤 올라가는 속도가 빛보다 빨라 보였다. 나는 국물을 조금 마시는 척하다가 일부러 의자를 젖히며 발라당 넘어졌다. 이럴 줄 알고 나는 방송 전에 미리 의자의 고정장치를 풀어놨었다. 나는 마라탕을 얼굴에 쏟으며 넘어진 뒤에 으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채팅창은 여전히 난리였다. 마라탕은 다 식어서 화상을 입진 않았지만, 그래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재빨리 화장실로 뛰어가 세수와 샤워를 했다. 비누로 한참을 씻었는데도 마라탕 기름과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도 방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어느새 후원금은 100만 원이 넘어갔다. 마라탕 한 번 쏟고 100만 원이라니. 나는 신이 나서 또 제로투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채팅창에는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났네. 바끄빠슝 남자다. 춤추기 전에 방부터 치워라. 우와 오늘 진짜 미친 듯이 웃었다. 저런 미친놈이 어디 숨어있었지? 이런 글이 올라왔다.

박재준 님께서 주문하신 물품이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주문했던 노트북과 웹캠, 마이크와 조명이 도착했다. 나는 후원을 받은 돈으로 각종 스트리밍 장비들을 샀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싸고 괴상한 옷들도 샀다. 스파이더맨과 조커 코스튬도 사고 아이언맨 마스크와 헐크 주먹도 샀다. 그리고 여캠들이 입을 법한 핫팬츠, 전신 망사스타킹 그리고 여러 가지 가발들도 샀다. 방송하다가 후원금이 50만 원이 넘게 되면 나는 바로 의상을 갈아입고 춤을 췄다. 이제는 춤 실력이 늘어서 웬만한 여캠만큼 섹시 댄스를 추는 수준까지 되었다. 노래방 조명에 미러볼까지 틀고 춤을 춰서 더욱 그럴싸해 보였다. 나는 그런 물품을 주문할 때 항상 곽뽀숑의 물건까지 주문했다. 의상이나 가발 같은 건 성희롱 같아서 주문해주지 못했지만, 조명들과 최신형 마이크. 웹캠 같은 걸 주문해줬다. 그리고 곽뽀숑이 방송하는 낮에는 방송을 하지 않고 곽뽀숑의 방송을 보았다. 곽뽀숑은 내가 보내준 웹캠과 조명을 사용한 덕분에 화면이 훨씬 좋아졌다. 마이크 덕분에 목소리도 잘 들렸다. 그래도 시청자 수는 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화질과 음향만 좋아졌지 콘텐츠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나는 갈수록 답답해졌다.


쭌쭌님. 혹시 조명이랑 캠을 쭌쭌님이 보내셨나요?


예? 아닌데요. 아아. 누가 방송 열심히 하라고 보내주셨는데 누가 보내주신 지 몰라서 감사 인사를 못 하고 있거든요. 나는 내가 보냈다고 하려다가 괜히 부담스러울까 봐 내가 보낸 게 아니라고 딱 잡아뗐다. 뽀숑님 방송을 좋아하시는 분이 보내셨나 보네요. 그런데 뽀숑님, 제 생각에는 물건 보내주신 분이 뽀숑님 계속 가만히 앉아서 방송하는 거 좋아하실 것 같지 않네요. 내 말에 곽뽀숑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쭌쭌님이 어떻게 아세요? 네? 아아. 그냥 제 생각이에요. 노래방에서 쓰는 반짝이 조명도 보내주신 거 같아서요. 그건 춤출 때 켜는 조명이잖아요. 그러자 곽뽀숑은 뒤에 놓여있는 조명을 슬쩍 바라보았다. 아아. 그렇구나. 쭌쭌님 말씀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거 원래 못 해요.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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