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여캠이 산다 10

by 전우진

와아. 진짜 쟤는 구제 불능이구나.


나는 속이 답답해졌다. 음악 틀어놓고 춤 좀 추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그 지겨운 노란 후드티 좀 벗고 비키니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시티 정도는 입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게 그렇게 힘들어? 지금도 수많은 스트리머가 캠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그래? 전 세계에서 다 그러고 있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그럴 거면 아예 방송하지 말고 나가서 일을 하던가. 편의점 알바나 배달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할 거 아냐. 돈도 안 벌고 캠만 켜 놓고. 도대체 저게 뭐 하는 짓이지? 이해할 수가 없네. 우울증이나 뭐 그런 건가? 그러면 병원에라도 가던가. 나는 곽뽀숑에게 못하면 하지 마세요, 라고 하려다가 멈추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채팅창에 그래도 한 번 해 보시면 잘하실 것 같은데, 라고 했다. 곽뽀숑은 잠시 부끄러워하더니. 제가 저번에 춤춰 봤는데요. 너무 어색하기도 하고, 방에 계시던 사람들도 제가 춤추기 시작하니까 다 나가시는 바람에 안 하는 거예요. 나는 나도 모르게 제가 봐 드릴 테니까 한 번 춰보세요. 라고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후회했다. 춤추라고 시켰다고 나 강퇴시키는 거 아냐? 나는 재빨리 하시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돼요, 하고 타자를 치려는데 곽뽀숑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한번 해 볼게요.


곽뽀숑이 일어나자 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드디어 곽뽀숑의 댄스를 보는 건가? 곽뽀숑이 베이스가 쿵쿵거리는 음악을 틀었다. 그 소리에 따라 내 심장도 더욱 쿵쿵거렸다. 자아. 드디어. 드디어. 이럴 수가! 나는 너무 놀랐다. 사람이 저렇게 뻣뻣할 수가 있나? 일부러 저러는 거 아냐? 나는 곽뽀숑이 춤추기 전에 무조건 잘 춘다고 칭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곽뽀숑의 춤은 칭찬하면 오히려 놀리는 꼴 밖에 안되는 정도였다. 곽뽀숑은 민망한지 음악을 끄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제가 그랬잖아요. 원래 춤 못 춘다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춤을 잘 추시진 않는데. 오히려 코믹댄스 쪽으로 가시면 인기 많으실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곽뽀숑의 춤은 웃기지도 않았고, 하기 싫어하는 거 억지로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보는 사람도 불편했다. 어떻게 곽뽀숑을 댄스 학원에 보내는 방법이 없을까? 후원금을 준다고 그 돈으로 댄스 학원을 갈 것 같지도 않은데. 아아. 그런데 나는 왜 쟤한테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지? 그냥 오지랖인가? 진수 형이 마트에서 일할 때도 괜히 오지랖 부려서 싸웠잖아. 잠깐, 진수 형이 마트 그만두고 배달 일하면서 돈 더 많이 벌게 됐다고 고마워했으니 결과적으로 좋은 거 아니야?


근데 쟤는 왜 울어?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가 화면을 보니 곽뽀숑이 울고 있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저 이제 뭐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방송은 돈도 안 되고. 그렇다고 나가서 취직도 못 하고. 나는 곽뽀숑의 말에 깜짝 놀랐다. 취직을 못 한다고? 역시 무슨 사정이 있었구나. 그러니까 저러고 있었던 거였어. 실례지만 왜 취직을 못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나의 채팅을 읽은 곽뽀숑이 다시 눈물을 왈칵 쏟았다. 사람들이 절 싫어해요.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제가 화장품 가게랑 패스트푸드점 그리고 운동화 파는 데서 일해 봤는데. 거기 사람들이 다 저를 싫어했어요. 그래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사람들이랑 일 못 하겠어요.


미친년이네. 얘 미친년이야.


일하는 데서 사람들이 싫어하면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일 열심히 하고. 잘못하면 사과하고. 누가 도와주면 감사하고. 농담하면 같이 웃어주고. 별것 아닌 일에도 칭찬해주고. 가끔 같이 일하는 동료들한테 간식도 나눠주고. 그러면 누가 싫어해? 웃으면서 자기 할 일 열심히만 해도 웬만하면 다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데. 그럼 혼자 하는 일을 찾아보던가. 배달 같은 거라도 하면 되잖아. 그럼 또 오토바이 못 탄다. 여자가 어떻게 배달을 하냐? 그딴 소리 하겠지? 진짜 답답한 애네. 나는 곽뽀숑의 방을 나가려다가 혼자 울고 있는 애를 놔두고 나가기 미안해졌다. 그나저나 점심시간 지났는데 오늘은 마라탕 먹방 안 하세요? 먹방해도 사람들이 잘 안 들어와요. 그리고 이제 마라탕 먹을 돈도 없어요. 사실 먹방해서 후원받으면 그 돈으로 시켜 먹고 그러려고 했는데. 후원이 안 들어와서. 곽뽀숑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뽀숑님. 힘내세요. 좋은 날이 올 거예요.


나는 후원금으로 5만 원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곽뽀숑은 후원금이 들어온 걸 보고 벌떡 일어나 카메라에 대고 허리를 접어가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쭌쭌님 아니셨으면 저 오늘 굶을 뻔했어요. 나는 다시 50만 원 정도를 후원하려다 말았다. 내 통장에는 방송으로 벌어들인 돈만 480만 원 정도가 있었다. 방송으로 이렇게 돈을 벌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곽뽀숑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곽뽀숑에게 후원금을 주는 것은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탈무드에서도 쓰여 있듯 물고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방송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곽뽀숑에게 계속 후원금만 줘 봤자 도움 될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5만 원 후원금을 받았는데도 리액션도 안 하네.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끝이야? 저런데 누가 후원금을 줘? 나는 배도 고프기도 하고 곽뽀숑 방에 계속 있기도 싫었다. 저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요. 그럼 마라탕 먹방 열심히 하세요. 나의 채팅을 읽은 곽뽀숑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먹방 못해요. 잘 모르시겠지만, 쭌쭌님이 지금 5만 원 후원하신 거 오늘 바로 못 찾아요. 맞다. 그렇지. 이거 당일에 못 찾잖아. 그럼 쟤 오늘 굶는 거야? 그냥 카드로 사 먹으면 되잖아. 혹시 카드도 없는 거 아냐?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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