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여캠이 산다 11

by 전우진

마라탕은 이제 지겹고 순살 치킨이 먹고 싶어요. 뿌링클.

곽뽀숑 말에 나는 기가 찼다. 그래서 뭐? 뿌링클 시켜달라고? 아주 날 호구로 보는구먼. 이래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거였어. 나는 짜증이 버럭 나서 방을 나와 버렸다. 뭐 저런 애가 다 있나? 저러니까 일하는 데서 싫어하지. 사람이 염치가 있고 예의가 있어야지. 불쌍해서 좀 도와주려고 했더니 아예 보따리 내놓으라는 거잖아. 내가 아빠야? 순살 치킨? 뿌링클? 참나. 나는 화를 삭일 겸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점심을 안 먹었네. 편의점을 갈까? 통장에 돈도 많이 들어왔는데 그냥 시켜 먹지 뭐. 나는 담배를 끄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곽뽀숑의 현관문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곽뽀숑의 현관문 앞에 배달시킨 마라탕이 놓여있어야 하는데. 나는 방에 들어와서 배달앱으로 음식을 골랐다. 그러는 와중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곽뽀숑이 마음에 걸렸다. 진짜 굶는 거 아니야? 5만 원 후원도 하는데 겨우 치킨 하나 못 사줄 건 없지. 그래. 나한테 막 50만 원씩 후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냥 적선한다 생각하고 오늘만 사줘야겠다. 나는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하면서 곽뽀숑의 집으로 뿌링클을 주문했다.


자. 형님들. 오늘은 치킨 쇼입니다.


내가 방송을 켜자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나는 배달 온 치킨을 먹으며 방송을 시작했다. 나는 시작부터 콜라 캔을 따서 머리에 부었다. 그러자 채팅창은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다. 방송하자마자 콜라부터 붓고 시작하는 거야? 이래야 빠끄빠슝이지. 믿고 보는 빠끄빠슝. 나는 신이 나서 음악을 켠 뒤 닭 다리를 들고 춤을 추었다. 형님들. 제가 왜 후라이드 치킨을 시킨 줄 아세요? 그래야 캡사이신에 찍어 먹기 좋기 때문이죠. 오늘도 캡사이신 갑니다. 우선 콜라 때문에 끈적이니 옷부터 갈아입겠습니다. 나는 재빨리 샤워를 한 다음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한 바니걸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바니걸 복장으로 나타나자 채팅창은 다시 폭발할 듯했다. 미친놈이네. 저게 뭐야? 와아. 상상도 못 했다. 역시 인간 캡사이신 빠끄빠슝. 나는 다시 쿵쿵 울리는 EDM 음악을 틀고 바니걸 복장으로 닭 다리를 든 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띵동!


나는 깜짝 놀랐다. 음악을 너무 크게 틀었나? 나는 음악을 끄고 조용히 있었다. 그러자 쿵쿵거리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채팅창에는 아랫집에서 올라왔나 보다. 대낮부터 음악 크게 틀고 춤추니까 그렇지. 아랫집 사람 여자면 초대해서 같이 방송해라. 이런 글이 올라왔다. 누군가 매일 5만 원씩 드릴 테니 시끄러워도 참아달라고 그래, 라고 하며 후원금 10만 원을 보냈다. 어어? 후원금 감사합니다. 그런데 잠시만요. 제가 리액션은 아랫집 분한테 양해를 구한 뒤에 와서 하겠습니다. 나는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재빨리 현관으로 갔다. 누구세요?


치킨입니다.


에엥? 치킨? 나 치킨 받았는데? 뭐지? 나는 다시 문 너머로 소리쳤다. 저 치킨 받았어요. 네? 혹시 치킨 두 개 시키신 거 아니에요? 여기로 배달 온 거 맞는데? 밖을 내다보니 배달 알바가 치킨 봉투를 들고 있었다. 어? 뿌링클이네? 뭐지? 곽뽀숑한테 주문한 치킨이 나한테 온 건가? 주소 잘 넣었는데? 나는 바니걸 옷을 입고 있어서 문을 활짝 열지 못하고 살짝 만 열고 물었다. 혹시 그 치킨 옆집에 온 거 아닌가요? 그러자 문이 벌컥 열리면서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나는 너무 놀라 현관에 주저앉고 말았다. 에에? 뭐에요?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당신을 스토커 혐의로 체포합니다.


뒤따라 들어온 나이 많은 형사가 주저앉아있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이거 봐. 얘 옷 입은 거 봐라. 완전 변태 새끼네. 김 형사 방에 들어가 봐. 나는 후다닥 방으로 들어와 노트북으로 켜 놓은 방송부터 껐다. 그리고 핸드폰을 챙기자 가장 먼저 우리 집으로 들어왔던 형사가 나에게 달려들어 내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비틀어 빼앗았다. 어디 증거인멸을 하려고 그래? 그리고는 내 손에 수갑을 채웠다. 박 경사님 확인해 보시죠. 나이 많은 형사는 김 형사에게 내 핸드폰을 받아서 살펴보더니 수갑 찬 내 손을 잡아 핸드폰에 지문인식을 했다. 그리고는 이것저것 보다가 현관 밖으로 나간 뒤 누군가에게 말을 했다.


저기요. 이것 좀 보세요. 저는 볼 줄을 몰라서.


그러자 문밖에 있던 노란 후드티를 입은 곽뽀숑이 내 눈치를 보며 들어왔다. 그리고는 내 핸드폰을 뒤지더니 나를 노려보았다. 맞아요. 저 사람이 쭌쭌이에요. 여기에 로그인되어있잖아요. 이름 보세요. 쭌쭌으로 되어있죠? 제가 확실하다고 그랬잖아요. 어어. 맞네. 김 형사. 데리고 가. 나를 붙잡고 있던 김 형사가 나를 끌고 나갔다. 잠깐만요! 옷 좀 갈아입고요. 옷 좀요. 나는 형사들이 지켜보는 데서 바니걸 복장을 벗고 옷을 갈아입었다. 내가 옷을 다 갈아입자 김형사는 다시 수갑을 채우고 나를 끌고 나갔다. 집 밖에는 경찰차가 서 있었고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와 구경하고 있었다. 뭐래? 뭐래? 몰라 나도. 마약이야? 그런가 보네. 딱 봐도 그렇게 보이네. 조선족인가? 그런 거 같아. 내 말이 맞잖아. 왜? 무슨 일이야? 저 집에서 조선족이 마약하고 있었데. 세상에. 마약 같은 건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우리 동네에까지. 아이고 무서워서 살겠나? 동네 집값 다 내려가겠네. 김 형사는 나를 경찰차 뒤에 집어넣었다. 박 경사는 곽뽀숑에게 참고인 조사를 하기 위해 같이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곽뽀숑은 싫다고 했지만, 확실하게 진술을 해야 못 빠져나간다는 박 경사의 말에 곽뽀숑도 경찰서로 향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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