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여캠이 산다 12

by 전우진

저 진짜 아니라니까요!


나의 울부짖음에 박 경사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아니겠지. 그냥 곽보영 씨를 사랑한 거겠지. 너 같은 스토커 놈들은 다 그런 소리를 해. 그래 지금까지 인터넷으로 돈 준 거 뭐야? 별풍선? 그리고 선물 보낸 거? 아깝겠지. 아니지. 안 아깝나? 사랑해서 준 거니까? 나는 답답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형사님. 제가 어떻게 무슨 짓을 해서 잡혀 온 건지 알아야 말씀을 드리죠. 인터넷에서 후원금 준 게 죄인가요? 방송 잘하라고 조명 좀 사준 게 죄냐고요. 야! 이 새끼 이거 안 되겠네. 지금 곽보영 씨가 다 진술했어. 그러니까요. 도대체 뭐라고 진술 했냐고요. 그걸 제가 알아야 말씀을 드리죠. 박 경사는 한숨을 쉬며 대한민국 많이 좋아졌다고 구시렁댔다. 그리고는 진술서를 보며 말을 이었다.


박재준. 그러니까 쭌쭌.


별명도 저질스럽네. 쭌쭌이 뭐야? 다 큰 사내놈이. 하여간 이런 놈들이 별명도 거지 같이 지어요. 아무튼. 쭌쭌이 너는 인터넷 방송을 보다가 곽보영 씨, 다시 말해서 곽뽀숑의 방을 본 거야. 곽뽀숑 방에 들어가서 곽뽀숑을 지켜보며 대화를 하다가 보니까 친밀감이 생기고 이상한 성욕이 막 샘솟았겠지? 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시끄러워! 잠자코 우선 듣기나 해. 어쨌거나. 그렇게 친밀감이 쌓이다 보니까 너는 오프라인에서도 곽뽀숑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을 거야. 그래서 너는 곽뽀숑의 뒷조사를 해서 곽뽀숑 옆집으로 이사를 온 거지. 나는 너무 답답했으나 우선은 그냥 듣기로 했다. 자. 이제 곽뽀숑의 옆집으로 이사를 왔어. 그래서 곽뽀숑의 방송을 보다가 곽뽀숑이 편의점 갈 때 따라 나와서 미행을 하고. 곽뽀숑의 우체통을 뒤졌어. 그렇지? 그래, 안 그래?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말이 없자 박 경사는 미소를 씨익 지어 보였다. 여기 다 쓰여 있다니까. 어쨌거나. 그렇게 숨어서 계속 지켜보다가. 점점 가스라이팅을 시작한 거야. 그래야 곽뽀숑을 네 것으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우선은 후원금을 줘서 환심을 사고, 그다음에는 곽뽀숑의 모습을 잘 보기 위해 고화질의 방송용 카메라와 조명을 사 줬지. 그리고는 계속 야한 옷을 입고 춤을 추라고 강요를 했어. 맞아, 안 맞아? 그런데 너도 참 멍청하다. 곽보영 씨가 치킨 먹고 싶다고 해서 치킨 시켜줬다며? 주소도 얘기 안 했는데.


이게 그렇게 돌아가는구나.


형사님. 저는 곽뽀숑 아니 곽보영 씨를 여자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말씀드릴게요. 군대 제대를 하고 군대에 같이 있던 동기 형이랑 저쪽 홈플러스 근처에 같이 살았어요. 배달일을 하면서. 그러다 그 형이랑 싸워서 지금 집으로 이사 온 거고요. 그러다 교통사고가 나서 일을 못 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인터넷 방송을 보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곽보영 씨 방송을 본 거예요. 저의 지금 집 월세계약서 찾아보시고. 제가 인터넷 방송에 가입한 날짜 찾아보시면 나올 거예요. 그리고 제가 하루에 담배를 피우러 집 밖으로 몇 번 나오겠습니까? 한 시간에 한 번은 나올 거 아니에요? 그러다 우연히 곽보영 씨가 나오면 마주치는 거예요. 편의점? 집에서 제일 가까운 편의점 갈 거 아닙니까. 곽보영 씨나 저나 둘 다 집에만 있는데 편의점에서 마주칠 일 없겠어요? 박 경사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면, 우체통은 왜 뒤진 거야? 그건 사실 곽뽀숑이 내 옆집 사는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본 거였지만, 곽뽀숑에게 했던 변명을 그대로 했다. 그건 다른 집 전기세 얼마나 나오나 보려고 그런 거라니까요. 곽보영 씨 우체통만 본 게 아니라 다른 집도 얼마 나오는지 궁금해서 다 봤어요.


불쌍해서 그런 거예요. 불쌍해서.


곽보영 씨, 그 사람 직업도 없이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방송한다고 하는데 아무도 들어오지도 않고. 그러다가 그냥 우연히 봤더니 옆집 살고. 그래서 좀 챙겨준 거예요. 제가 무슨 짓 했습니까? 야한 옷 입고, 야한 춤 추라고 했다고요? 형사님, 지금 핸드폰으로 인터넷 방송 들어가 보세요. 거기 여성 스트리머분들 다 섹시 댄스 추고 있어요. 옷도 다 야한 옷 입고. 원래 인터넷 방송이 그런 거 하는 거예요. 그래서 곽보영 씨한테 그냥 앉아만 있지 말고, 춤이라도 추고 그래야 사람들 들어온다. 그렇게 말한 거죠. 제가 무슨 강요를 하거나 협박을 하거나 그런 거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스토커라고 하면 지금 여캠방에 들어가 있는 남자들 다 스토커예요. 박 경사는 어느새 의심의 눈빛을 거둬드리고 나의 말에 설득이 된 것처럼 보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 말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형사님. 곽뽀숑의 방송 보셨어요?


들어가시면 다시 보기 있거든요. 가서 보세요. 방송으로 곽뽀숑도 그렇게 이쁜 편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곽뽀숑, 그러니까 곽보영 씨는 전혀 예쁘지가 않아요. 제가 진짜 스토커였다면 현실의 곽보영 씨보고 이성적 감정이 들겠어요? 그러자 박 경사는 화를 버럭 냈다. 야! 너 그거 성희롱이야. 그런 말 하면 안 돼. 예? 아아.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건 없고, 곽보영 씨한테 그런 말 했다가 너 성희롱으로 또 고소당해. 조심해. 네네. 알겠습니다. 박 경사는 잠시 진술서를 보다가 덮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너 왜 여자 비키니 같은 건 입고 있었냐? 그리고 대화명은 왜 쭌쭌이야? 뭐 쭈쭈나 한 번 만져 보고 싶다. 이런 뜻 아니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얘길 하세요? 박재준의 준. 준준. 쭌쭌. 이렇게 된 거죠. 그리고 이것도 제가 지은 게 아니라 군대 있을 때. 어휴. 이걸 내가 왜 설명하고 있어. 그리고 지금 방송 들어가 보세요. 입에 담기도 힘든 닉네임 천지에요. 쭌쭌이면 굉장히 양호한 거예요. 그럼 뭐 곽뽀숑의 뽀숑은. 잠깐! 박 경사는 나를 노려보았다. 너 지금 또 성희롱적 발언 하려고 그러는 거 같은데? 아아. 죄송합니다. 아니지. 잠깐만. 지금 형사님은 쭌쭌이 쭈쭈 만지고 싶다는 거 아니냐며, 성희롱 발언하신 거 아니에요? 인마! 나는 경찰이잖아. 지금 취조 중이야. 그리고 너 왜 변태 옷 입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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