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10만 원?
누군가 후원금 10만 원을 보내주며 빠끄빠슝 고량주 가즈아! 라고 보냈다. 10만 원이면 위스키도 살 수 있는데? 나는 바로 고량주 뚜껑을 따고 병나발을 부었다. 두세 모금을 마시자 식도와 위장이 뜨거워졌다. 나는 사레가 걸려 기침을 하며 고량주를 뿜었다. 진수 형과 마셨던 술에 고량주까지 마시니 토할 것 같았다. 기침을 심하게 해서 목이 너무 따가웠고 눈물도 줄줄 흘렀다. 나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족발과 소주를 변기에 다 게워냈다. 얼굴에 바른 쌈장 냄새가 더욱더 역하게 올라왔다. 나는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뒤 말리지도 안은 채 화장실을 나왔다. 찬물로 머리를 감았더니 약간 정신이 들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방은 난장판이었다. 족발 뼈가 굴러다니고, 상추와 마늘이 바닥에 뿌려져 있었다. 베개와 이불에는 쌈장과 새우젓이 범벅이 되어있었다. 나는 그제야 아직 방송이 켜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방송을 종료했다. 하아. 이게 뭐야. 나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마늘과 고추를 줍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나는 털썩 주저앉아 쌈장이 묻어있는 베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걸 베고 자야 하나. 나는 왜 이러고 사는 거지? 그러다 문뜩 아까 후원금으로 받았던 10만 원이 생각났다. 그래. 10만 원 받았으면 됐지. 나는 다시 일어나 치우려고 했지만, 한 번 주저앉았더니 일어나기 싫어졌다.
아아. 몇 시야?
언제 잠든 거지? 눈을 떠 보니 나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머리는 깨질 것같이 아팠다. 바닥에서 잤지만, 잠결에 베개를 챙겨와서 베고 자는 바람에 베개에 묻어있던 쌈장이 머리에 범벅이 되어있었다. 나는 방 정리를 하고, 베개와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 다음 샤워를 했다. 그런데도 방에서는 쌈장과 새우젓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창문과 현관문을 열고 대청소를 시작했다. 이사 와서 처음 하는 대청소였다. 한창 청소가 끝날 무렵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복도를 내다보니 배달 직원이 마라탕 봉투를 들고 올라와 곽뽀숑의 문 옆에 놓고 벨을 눌렀다. 진수 형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진수형 오늘 쉬나 보네. 하긴 어제 진수형이 나보다 더 많이 마셨었지. 나는 청소를 마치고 해장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뭘 먹을까? 짬뽕? 뼈 해장국? 에휴. 그냥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나 먹자. 편의점으로 가서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며 핸드폰을 켰다. 곽뽀숑이 마라탕 먹방을 하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뭐야? 빠끄빠슝으로 로그인이 되어있네? 아아. 맞다. 어제 내가 빠끄빠슝으로 쌩지랄을 했지.
허헉! 이게 뭐야?
후원금 43만 원? 언제 이렇게 후원금이 들어왔지? 나 어제 하루 만에 43만 원 번 거야? 이건 또 뭐야? 팔로워가 20만? 어제까지만 해도 3만이었는데. 하루 만에 이게 가능해? 나는 다 익지도 않은 컵라면을 오독오독 씹어먹고는 얼른 편의점을 나왔다. 편의점을 나오자 멀리서 노란 후드티를 입은 곽뽀숑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라탕 다 먹고 꼬북칩이랑 데자와 사러 오셨구먼. 곽뽀숑은 나를 보고 멈칫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곽뽀숑을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 구글에 빠끄빠슝을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온갖 곳에 어제 내가 했던 방송이 올라와 있었다. 댕댕쓰 이놈이 또 다 퍼트렸겠군. 나는 댕댕쓰가 고마웠다. 댕댕쓰 덕분에 눈을 떠 보니 갑자기 인기 스트리머가 되어있었다. 이거 이러다가 나 진짜 유명 스트리머가 되는 거 아냐? 유명 스트리머나 유튜버는 막 외제 차에 해외여행도 다니고 그러던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본격적으로 방송을 해 봐야겠다. 나는 유튜브를 켜서 초보 스트리머, 라고 검색을 했다. 그리고는 유튜브에서 본 대로 방송용 삼각대와 야외용 마이크, 조명등을 주문했다. 그리고 곽뽀숑의 주소로 여캠 조명 세트를 주문했다. 어차피 우리 집 주소에 호수만 바꾸고 받는 사람 이름을 곽보영으로 하면 되는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
쭌쭌님 어서 오세요.
곽뽀숑은 여전히 노란 후드티를 입고 앉아서 꼬북칩을 먹고 있었다. 나는 곽뽀숑에게 댕댕쓰가 올린 내 제로투 영상을 보냈다. 곽뽀숑은 내가 보낸 영상을 잠시 보더니 피식 웃었다. 와아. 이분 너무 잘 생기셨네요. 춤추는 것도 너무 웃기고. 어머! 어머머! 옷 벗었어. 대박. 어어? 푸하하하핫. 저 족발 뼈는 어디서 난 거야? 어머! 미쳤나봐. 왜 쌈장을 얼굴에 발라? 푸하하하핫. 푸하하하하핫. 영상이 뒤로 갈수록 곽뽀숑은 배를 잡고 웃어댔다. 아아아. 너무 웃었다. 이분 대박이네요. 누구지? 빠끄빠슝? 새로운 스트리머네? 우와. 팔로워가 벌써 30만이시네요. 나는 곽뽀숑 말에 깜짝 놀랐다. 20만 아니었나? 그새 10만이 늘었어? 곽뽀숑은 빠끄빠슝 팔로워를 했다.
뽀숑님도 이렇게 방송해 보시는 게 어때요?
나의 채팅에 곽뽀숑은 시무룩해졌다. 빠끄빠숑님은 잘생기셨잖아요. 저는 안 예뻐서 이런 거 해도 사람들 안 들어와요. 제가 봤을 때 빠끄빠슝도 캠빨이에요. 실제로 보면 못생겼을 수도 있잖아요. 나의 말에 곽뽀숑은 화를 버럭 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본판이 잘생겨야 캠빨도 받는 거예요.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그러니까요. 저는 못생겨서 캠빨 아무리 받아도 이 정도라고요. 나는 너무 답답했다. 곽뽀숑 쟤는 그냥 인생 포기한 애구나. 방송으로 돈 벌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할 짓 없어서 캠 켜 놓는 거였네. 내가 저런 애한테 뭐하러 신경을 써. 그냥 내 방송이나 하는 게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