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여캠이 산다 07

by 전우진

어어. 나오지 마.


나도 담배 피우려고. 아아. 그래? 진수 형은 족발과 소주 세 병을 비우고 집에 간다며 일어났다. 나도 담배를 피울 겸 진수 형과 같이 집 밖으로 나왔다. 집 옆 주차장 구석에서 진수 형과 같이 담배를 피우는데 진수 형이 우물쭈물하더니 뜬금없이 미안하다고 했다. 갑자기 뭐가 미안해? 족발 사준 게 미안해? 그게 아니고 예전에 내가 너한테 화낸 거. 사실 뭐 네가 틀린 얘기 한 것도 아니고. 나 기분 나쁘라고 한 얘기도 아닌데. 괜히 내가 자격지심에 발끈해서. 그때 미안하다고 해야 했는데. 너 이사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아무튼, 미안하다. 진수 형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웃으며 진수형 어깨를 툭 쳤다. 왜 이래? 술 취했어? 형. 그건 형이 미안한 게 아니라 내가 미안한 거지. 내가 심한 말한 거잖아. 내가 미안해 형. 그러자 진수 형은 갑자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어어? 형. 왜 울어? 아니, 나 진짜 너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사과해야 하나 되게 오랫동안 고민했거든. 그런데 네가 이렇게 쉽게 용서해 주니까 너무 고마워서. 나는 진수 형이 우는 모습을 보자 덩달아 코끝이 찡해졌다. 아니야. 형. 내가 형한테 더 고맙지. 형이 군대 있을 때부터 나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데.


고마워 쭌쭌아.


진수 형은 담배를 집어 던지고 나를 덥석 껴안았다. 나는 평소라면 징그럽다며 진수 형을 밀어냈었겠지만, 술김이었는지. 쌀쌀해진 날씨 탓이었는지. 나도 진수 형을 안아주었다. 쭌쭌아. 우리 진짜 평생 가자. 알았어. 형. 그런데 쭌쭌이라고 좀 그만하면! 나는 화들짝 놀라 진수 형을 밀어버렸다. 어느새 곽뽀숑이 노란 후드티를 입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뭐야? 언제부터 저기 있었던 거지? 밖이 시끄러워서 나와 본 건가? 하긴 우리가 좀 심하게 떠들긴 했지. 진수 형이랑 울면서 껴안고 있었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잠깐! 혹시 진수 형이 나한테 쭌쭌이라고 부른 걸 들은 거 아니야? 곽뽀숑은 늘 그렇듯 나와 진수 형을 벌레 보듯 바라보더니 집으로 들어갔다. 에이. 알 게 뭐야. 내가 쟤한테 잘 보일 이유도 없고.


그런데 진짜 들었으면 어쩌지?


나는 진수 형을 집에 보내고 곽뽀숑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떠드는지 궁금해져서 곽뽀숑의 방송을 켰다. 곽뽀숑은 여전히 캠을 켜 놓고 꼬북칩과 데자와를 먹으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는 곽뽀숑 방에 들어가려다가 쭌쭌이라는 대화명으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다른 계정으로 접속했다. 만약 진수 형이 나를 쭌쭌이라고 불렀던 걸 곽뽀숑이 들었다면 나를 강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로그아웃을 하고 빠끄빠슝으로 다시 로그인을 했다.


이게 뭐야?


빠끄빠슝으로 로그인을 했더니 갑자기 팔로워 숫자가 3만 명이 되어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방송했던 영상에 리플이 1,500개 넘게 달려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구글에 빠끄빠슝을 검색했더니 유튜브는 물론이고 온갖 커뮤니티에 내가 헉헉거리며 제로투를 추는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갑자기 이게 뭐야? 내가 춤추는 게 뭐 재밌다고? 잘생긴 놈이 춤춰서 그런가? 아니면 춤추는 게 웃긴가? 더 잘생기고 더 춤 잘 추고 더 웃긴 놈 많은데? 직접 방송에 들어가서 물어봐야겠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방송을 켰다. 방송을 켜자마자 몇백 명이 들어왔다. 채팅창에는 수많은 사람의 채팅으로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스크롤이 빠르게 올라갔다.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빠끄빠슝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만 원을 후원하며. 오늘은 제로투 안 추시나요? 하고 물었다. 에엥? 이게 뭐야? 저거 물어보려고 만 원을 준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제로투 갑니다. 나는 화면을 삼분할로 나누고 음악을 튼 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진 건지 물어보지도 못한 채 제로투를 추기 시작했다. 채팅창은 ㅋㅋㅋㅋㅋㅋ가 도배되었고, 이걸 라이브로 직접 보다니. 대박. 오늘도 24시간 연속? 3분 안에 지친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그런 글들도 채팅창에 간간이 보였다. 나는 춤을 추는 도중 갑자기 희열이 느껴졌다. 예전에 댕댕쓰 한 명 앞에서 춤을 출 때는 수치스러웠지만, 수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흥분이 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셔츠를 벗고 진수 형과 먹고 남은 족발 뼈를 치켜든 채 춤을 추었다. 누군가 또 만 원을 후원하며 우와. 저 뼈는 어디서 나온 거야? 했다. 나는 더욱 신나서 마시던 콜라도 머리에 붓고. 남은 쌈장도 얼굴에 바르며 더욱 열광적으로 춤을 추었다. 진수 형과 술을 마신 상태에서 많은 사람의 호응과 계속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잠시 미쳤었던 것 같다. 후원금과 팔로우가 계속 늘고 나는 거의 무아지경에 빠졌다. 크리스마스 때 마시려고 아껴놓은 연태고량주를 들고 왔다. 그러자 채팅창은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스크롤이 빠르게 올라가고 후원 창의 메시지도 계속 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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